한국일보

LA시장 누구를 뽑아야 하나

2001-03-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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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문 (전 탐 브래들리 LA시장 보좌관)

LA는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은퇴한후 다른 도시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LA만큼 기후가 좋고 다민족이 어울려 살 수 있으며 소수계 이민자들이 발전할수 있는 기회를 얻기 쉬운 곳은 없다는 사실을 느꼈다.

LA는 미국 제2의 도시로 시행정이 다른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LA시에 새조례가 생기면 주변 위성도시들이 즉각 뒤를 따르기 때문에 직접적 지배권한은 없지만 간접적 영향력이 크다. 그래서 한인들은 LA시 관내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지만 한인 커뮤니티도 LA시장선거에 무관심할 수 없다.

4월10일 치러지는 이번 시장선거는 사상최고로 경쟁이 치열하다. 제임스 한 LA시검사장을 비롯해 하비에어 베세라연방하원의원,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전 주하원의장등 거물급만도 5~6명이나 된다.


시장보좌관으로 일했던 경력탓에 어느 후보가 당선돼야 우리 한인 커뮤니티에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러나 "누가 당선돼야 우리 한인 커뮤니티에 유리할까"라는 생각보다는 "누가 당선되든 커뮤니티 차원에서 좋은 유대를 유지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치인과 커뮤니티의 관계는 상호호혜의 관계다. 서로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고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시정(市政)은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점에서 연방정부나 주정부와는 그 메커니즘이 다르다. 시정의 책임자는 정치적인 역량뿐 아니라 관료적 경험이 있어야 한다. 시행정 책임자인 시장이지만 입법부격인 시의회나 관료사회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 시정을 이쓸어 가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리오단시장의 경우를 봐도 선거기간 공약했던 여러 가지 사업을 취임초기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지금까지 완성된 것은 없다. 리오단시장은 취임전 LA시 산하관청중 가장 흑자를 많이내는 두 관청인 LA공항과 LA항만청의 민영화와 재정비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결국 실천되지 못했다. 관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던 탓일게다. 리오단이 시정경험이 전혀 없이 시장에 당선됐기 때문에 그같은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시장이 제대로 내용을 모른채 지시를 내리면 공무원들이 움직여주지를 않는다.

리오단시장이 취임 3주년을 맞아 LA타임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I`m still learning"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시정을 장악하기가 힘들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 셈이다.

LA시 소속 공무원은 4만명에 달한다. 이들을 이끌어 가자면 그 테두리안에 있던 사람이 아니면 어렵다. 그런 점에서 LA시정 경험이 많고 우리 한인사회와도 오래 인연을 맺어온 제임스 한 검사장같은 인물이 무난하다고 생각된다. 한 검사장은 현재 여러후보중 선두를 달리고 있고 당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우리 한인커뮤니티에서도 머지않아 LA시 시의원 정도는 배출해야 한다고 본다. LA시의원 도전은 한인사회 속에서만 커온 인물로는 안된다. 미국 지역사회 속에서 꾸준히 기반을 닦은 인물이 나와야 가능하다. 김창준씨 경우가 그같은 케이스였는데 불행히도 도중하차하고 말았다. 커뮤니티 차원에서 인재의 육성과 후원이 필요하다.

LA시에서는 많은 인종이 어울려 살기 때문에 어느 한 인종의 지지기반만으로는 시장이나 시의원 당선이 어렵다. 그리고 어느 인종사회에서 100%지지를 얻는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브래들리의 경우도 흑인사회 일각에서는 배척을 당했고 유태커뮤니티의 지지를 얻어서 당선이 가능했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시장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로 당선된 시장과 여하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커뮤니티를 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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