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 아이들 TV가 키운다

2001-03-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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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호원<한미가정연구원장>

학원총격 사건을 눈여겨보면 10대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10대의 행위 속에는 분노의 울부짖음이 숨어 있다.
아기였을 때 그들이 울고 있으면 우리는 달려가 젖을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10대가 된 그들의 불만은 아기 때처럼 겉으론 소란스럽지 않지만 그러나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울부짖고 있다.

가정과 학교, 또래들 사이에서 입는 정서적 상처들은 그들을 계속 분노케 만든다. 때문에 누군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지 않거나, 불만을 건드리게 되면 그들의 분노는 폭발하게 된다.


사회학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한 번의 부정적 비판에 대한 ‘균형’을 회복하려면 일곱 번의 긍정적인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10대들은 한번의 긍정적인 위로보다는 일곱배 이상의 비판이나 부정적 상처를 입으며 자라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안고 있는 불만과 갈등의 균형을 맞추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10대들의 의식을 좀먹고 있는 것은 바로 영상매체인 TV이다. 10대들의 공격적인 행동 유발에는 영상 매체의 책임이 큰 것이다.

자신의 총격에 쓰러지는 동료들을 보면서 가책감은 커녕 "얼굴에 웃음"까지 띠었다는 총격 사건의 소식은 바로 영상매체가 보여준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즉, TV에 등장한 살인자나 무법적인 폭력자들의 잔인한 모습들을 어려서부터 보고자란 10대들이 분별력 없이 자신의 분노 노출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텔레비전의 영향은 학교에서나 이웃간의 또래집단 사이에서 10대들의 가치를 결정해 주는 기준이 되고 있다.설령 텔레비전을 모방하지 않는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그러한 기준을 따르는 것이다.TV가 방영하는 프로 대분분은 흥미를 유발시키키 위해 인기인들을 계속 출현시키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들을 따라하려고 애쓴다.

텔레비전이 나쁘다고 하는 이유는 가상적인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없이 방영되는 ‘현실을 고발한다는 프로그램’들이 가치기준이 미숙한 어린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데 있다.

그러면 이러한 텔레비전의 치명적인 영향으로부터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10대들의 잔인한 모방행위를 방지할 수 있을까?


첫째는 어려운 과제이긴 하지만 영상매체를 제작하는 집단을 고발하는 것이다. 교육을 담당한 기관과 학부모들이 뭉쳐서 꾸준히 항의해서 잔인하고 파괴적인 장면들을 더 이상 방영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지금처럼 영상매체의 방영을 묵인하면서 자녀들의 ‘모방’을 막을 수는 없다.

둘째 자녀의 정서적 파괴를 염려는 하면서도 그 원인을 아랑곳하지 않는
부모들의 의식을 바꾸는 예방 프로그램을 적극 보급하는 것이다.

셋째 대형 TV를 부의 상징인양 선호하는 부모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넷째 TV 콘트럴을 자녀들에게 들려주고도 간섭하지 않는 부모들과 ‘내 자녀는 결코 문제의 십대가 될 수 없다’는 방만한 부모들의 의식을 돌려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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