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일을 위한 기도

2001-03-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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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순<나성성서대학>

일에 시달리다 모처럼 늦게까지 집에 있었다. 오늘은 어떤 일을 할까? 무슨 일이 있을까? 좋은 일과 좋은 일을 하기를 위해 기도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긴 것이다.

새로 이사한 학교 앞에는 버스 정류소가 있고 그 앞에는 우체통이 있다. 편지를 넣으러 나가 몇 발짝 걸을 때 노인 한 분이 허리를 폈다 구부렸다 하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문뜩 좋은 일을 하겠다고 하며 기도한 생각이 났다. 그러나 귀찮은 생각도 들고 해서 그냥 스치려고 했다. 그런데 길바닥에 비둘기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저 노인을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릴까, 죽은 비둘기를 집어다 버릴까” 어떤 것을 먼저 할까 하다가 노인에게 다가갔다. 어디를 가시느냐고 물었다. 노래를 배우러 가는 길인데 버스가 안 온다며 초조해 한다. 그래서 그냥 두 가지 다 모른 채 하려고 생각하며 “그러시군요”하는데 “너는 차가 없었을 때와 더 늙어진 후를 생각해라. 아침에 기도했지 않았니”하는 마음에 견딜 수 없어 노인에게 모셔다 드리겠다고 했다.


노인은 순순히 허락하며, 미안해서 어떡하나, 이런 고마운 분도 있네 하며 무척 고마워한다. 차안에서 몇 마디 주고받으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3개월 전에 남편이 돌아가시고 너무 외롭고 건강을 위해 처음으로 가보는 곳이라며 내렸다.

나는 마음이 가볍고 오늘 할 일을 다한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비둘기가 길바닥에 죽어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 더럽고 징그럽지만 아직 있으면 치워야겠다고 생각되어 쓰레기통에 비닐과 신문지를 들고 나갔다. 아, 웬일인가. 그 자리에 죽은 비둘기는 없었다. 20분전에도 죽어있던 비둘기를 누군가가 치워버린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해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얼마전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에 들렀다. 바로 내가 선 그 자리에 껌이 버려져 있었다. 나는 밟지 않으려고 피했다. 기름을 넣고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음에 가책을 받게 되고 ‘그 껌을 누군가가 밟을 텐데 조금만 수고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하면서 회개를 했다.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작은 일에 마음을 쓰고 좋은 일을 하루 한가지만이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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