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뻔뻔한 일본인들

2001-03-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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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상<미술평론가>

60년 전 12월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을 때 미국 사람들에게 일본인들은 짐승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 날이 영원히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고 "진주만을 기억하라"는 말은 미국의 일본에 대한 집약된 반일감정의 표현이었다. 그로부터 3년8개월 후 미국은 두 차례에 걸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퍼부어 수많은 일본인의 목숨을 빼앗았다. 가령 미국이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결연하게 기억하려 들지만 않았더라도 원자탄까지 투하하지 않았으리란 게 지금까지도 그 정설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일본인들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과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일본의 전쟁 책임은 인정하려 들지 않고 단지 미국의 전쟁 개입으로 200여만명의 일본인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만 상기한다. 이즈음 들어서도 일본인들은 교과서 왜곡사건, 독도 영유권 거론 등으로 심심찮게 우리 정부와의 외교적 마찰을 불러일으키곤 하는데 제 2차 세계대전 내용에서도 일본군의 만행을 의도적으로 삭제하여 국제사회에 말썽을 부리는가 하면 일본의 국수주의자들은 대동아 공영권을 들고나서 한일관계는 물론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역사 바꾸기(?)로 연결, 왜곡시키고 있다.


일본인들은 예컨대 일본의 한국 병합(일제 침략)을 한국을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한 게 주목적인 양국 관계라는 식이다. 상기하면 일본의 한국 통치는 한국인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는 식의 1953년의 이른바 ‘구보다 망언’을 필두로 무라야마, 고노, 와다나베 등 정치인들의 망언은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역사인식이 아니라 국수주의, 황국사관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일본은 태평양 침략전쟁의 패배로부터 21세기에 들어서도 한국 침략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침략의 실상을 교과서 등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왜곡 미화시키는데 급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수년 전부터 일본의 도쿄대 일부 교수들은 이른바 자유주의 사관을 주장하는 국수주의자들과 연계, 종래의 역사인식은 자학사관이며 일본의 주변국가 침략은 전쟁 책임이 없다는 독선적 역사 해설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 왜곡의 연속으로 역사교과서 왜곡편찬은 한국 근대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왜곡 기술하고 있다.

또한 한일합병을 두고 국제법상 합법적 조약이라고 기술하고 식민지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도움을 주었다는 이 일본, 일본인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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