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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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동상만 세우면 무엇하나

2001-03-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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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식<예비역 육군소장>

최근 미서부지역 재향군인 지회장 자리를 놓고 서로 헐뜯는 모습이 한인사회는 물론 미국사회에까지 비춰져 예비역장군의 일원으로서 대단히 부끄럽게 생각한다. 나는 누가 옳고 그름을 논하고 심판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며 우리 전우 모두가 자성하는 의미에서 이글을 쓴다.

올 여름 도산 안창호선생의 동상이 리버사이드에 건립된다는 뉴스를 들었다. 우리는 동상건립만으로 그쳐서는 아니된다. 그분의 정신을 한인사회의 생활지침으로 삼아야 우리 모두가 발전할 수 있고 행복하여 질 것으로 확신한다.

도산이 22살에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유학을 왔을때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사람이 서로 상투를 잡고 싸우는 광경을 미국사람들이 개싸움이나 보듯 재미나게 구경하는 것을 보고 선생은 진학의 길을 포기하였다고 한다. 우선 ‘사람되기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청소부가 되었으며, 협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남을 지배하거나 군림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솔선수범을 보였다. 즉 도산은 언제나 자기가 윗자리에 앉는다거가 감투쓰기를 싫어했다. 그는 민족의 교육과 계몽을 위해 대성학교를 세우고도 윤치호를 교장으로 내세우고, 출판사를 세우고도 안태국을 사장으로 삼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우고도 이승만 박사를 추대하는 등 자기는 언제나 말단에서 일을 보았다. “아무리 초가삼간이라도 재목이 없으면 집을 못 짓는다”라며 그는 어떤 곳에서든지 가장 우수하고 청렴한 인물을 골라서 지도자로 삼고 그로 하여금 단합과 협동의 중심이 되게 하였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라는 속담과 같이 한국 상황과 비교해서 규모의 대소만 다르지 한인사회의 양상도 다름이 없는 것같다. 미주지역에서 가장 많은 한인이 살고 있는데가 LA카운티이기 때문에 미국정부에서 보면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한인들의 모습이 전미주한인들의 대표성과 샘플이 된다는 점을 우리는 항상 유념해야 한다. 우리 한인이 아무리 개인적으로 능력이 뛰어난다해도 현재와 같은 작태로는 진출과 등용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은 두말할나위 없으며 오늘날 어려움을 겪고있는 점이 바로 이 때문이 아닌지 우려된다. 즉 부시 정부가 출범하면서 아시아계에서는 일본계와 대만계 사람만이 고위관료로 등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한정책에 난맥상을 보인것도 우리들의 모습과 연관된 것이 아닌가 심히 마음에 걸린다.

우리 조국이 해방되었을 때 군사 유사조직이 60여개나 생겨 서로 치고 받고 했듯이 LA지역에만 10여개나 생겨 불협화음을 내고있다. 가장 문제는 예비역 조직은 현역조직의 연장이어야 한다는 철칙을 무시하고 계급의 상하가 없어 위계질서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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