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금리, 누가 결정하나

2001-03-23 (금)
크게 작게

▶ 미국의 시각

▶ 아더 래퍼 (월스트릿저널 기고)

지난 화요일 FRB가 50 포인트 금리를 내리자 증권시장은 이에 실망해 폭락했다. FRB가 대단히 중요한 영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할인율이나 연방금리를 결정하기 때문은 아니다. 우선 할인율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는 숫자다. 연방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할인율은 항상 3개월 짜리 단기 연방 채권의 수익률을 따른다. FRB가 지난 두 달간 이를 계속 내린 것도 채권 수익률이 4.86%에서 4.38%로 내려간 데 발 맞춘 데 불과하다. FRB가 얼마만한 간격을 두고 단기 채권 수익률을 따라 가느냐는 융통성이 있을지 몰라도 결국 따라가는 것만은 분명하다.

FRB가 단기 채권 수익률을 따라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두 수치가 너무 큰 차이로 벌어지면 융자가 중단되거나 무한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할인율이 낮으면 은행은 연방은행에서 돈을 꿔 단기채권에 투자, 힘 안들이고 돈을 벌 수 있다. 반면 할인율이 더 높으면 아무도 돈을 빌리려 하지 않는다.


은행간 금리인 연방금리 또한 별 의미가 없다. 은행간 금리는 결국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금리를 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 모임을 둘러싼 소동은 사이드 쇼에 불과하다. FRB가 마음대로 금리를 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단기적으로 FRB는 무력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FRB는 경제를 주무를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 그것은 통화량 조절이다.

채권을 사고 팔아 통화의 총량을 결정한다. 통화 베이스의 성장속도가 궁극적으로는 인플레와 금리, 금값을 좌우하는 것이다.

1999년 FRB는 Y2K를 겁낸 시민들이 은행에 몰려갈 것에 대비해 통화량을 필요 이상으로 늘렸다. 그러나 Y2K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 통화 팽창의 결과로 나스닥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금리는 뛰기 시작했으며 미국 경제는 과속성장으로 치달았다. 2000년 초 뒤늦게 통화량을 축소하자 금리와 나스닥은 폭락하고 경기도 하강 단계에 들어갔다.

지금 FRB가 취한 결정은 옳다. 다시 통화량을 늘리면 단기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온 70년대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 안정기조를 유지하면서 통화량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연방의회가 소급적 감세조치를 취한다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최근의 단기 채권 수익률 하락은 통화량 감소의 자연스런 결과며 할인율 인하는 그 부수 효과에 불과하다. 진짜 경제 동향을 알려면 통화량의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