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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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은 지킵시다

2001-03-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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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광<경제부 차장대우>

얼마전 한 직장동료가 캠핑을 갔다가 혼쭐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동료는 여느 캠핑과 마찬가지로 부탄개스를 사용하는 휴대용 개스렌지를 이용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굉음과 함께 개스렌지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잠시 자리를 뜬 사이에 ‘사건’이 발생해 다친 곳은 없었다지만 캠핑 때 절대 휴대용 개스렌지를 갖고 가지 말라는 당부까지 잊지 않았다.

편리하고 저렴한 가격 때문에 휴대용 개스렌지를 사용하는 한인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일반인들이 사용할 때도 조심해야겠지만 식당에서 사용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사고가 난다고 가정하는 일만도 아찔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한인 식당들이 이같은 부탄개스 포터블 개스렌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본보에 보도(3월3일자 A12면)된 바와 같이 LA카운티 보건국 규정은 프로판 혹은 부탄개스를 연료로 하는 포터블 개스 조리기구의 식당내 사용은 물론 보관도 금지하고 있다. 화재와 폭발위험 때문이다. 보건국 관계자는 "부탄, 프로판 개스를 사용하는 포터블 기구는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식당 내에서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 규정을 지키는 것이 업소는 물론 손님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유독 손님들이 직접 끓이고 굽는 요리가 많은 한인 식당들의 포터블 개스기구 사용이 많다"며 "하지만 단속에도 불구, 예전에 비해 포터블 개스기구 사용이 크게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고 아쉬워했다.

물론 식당 입장에서 포터블 개스기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후드도 달고 조리기구도 교체해야 하니 비용도 만만치 않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최근 타운내 한 식당은 보건국 검사에서 포터블 개스기구 사용이 적발, 교체하지 않으면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겠다는 경고를 받고서야 기구교체, 전기공사 등을 하느라 2만여달러를 썼다고 전했다. 일부 식당들은 이같은 적발을 피하기 위해 보건국 검사가 나오면 개스렌지 감추기에 바쁘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경기침체로 갈수록 장사가 안 된다는 식당들의 어려운 사정도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자신과 손님의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같은 규정을 꼭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의 안전보다 더 우선돼야 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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