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음식 벤처기업

2001-03-20 (화)
크게 작게

▶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LA에 사는 분들은 잘 실감이 안 날 겁니다. 타주에 살 때 가끔 LA에 오면 한국 음식들이 어쩌면 그렇게 맛이 있었는지요. LA로 오게 된 주요 이유가 한국 음식 때문입니다" 20년 가까이 타주에 살다가 최근 LA로 이주한 L씨의 말이다.

사실 음식이, 먹거리가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만만치 않다. ‘결혼의 토대는 식(食)과 성(性)이다’ 옛 한국 선현의 말씀이다. 인간 대사중 가장 중요사인 결혼에서 먹는 문제를 가장 기본적 문제로 파악한 것이다.

관광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광 사업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는 우선 볼거리다. 그 다음이 놀거리이고, 살거리다. 또 다른 주요 요소는 먹거리다. 이중 가장 중요 요소가 먹거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바로 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4대 요소중 돈벌이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게 먹거리라고 한다. 또 문화적 파급 효과도 상당히 커 쉽게 이야기해 음식 장사는 관광객을 끌어들이는데 있어 가장 지속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한인타운을 관광지라고 생각해보자. 우선 사람을 끌어들일 구경거리가 있어야 한다. 위락 시설이 있어야 되고 샤핑센터가 있어야 한다. 거기다가 좋은 식당들이 있어야 한다. 이 4대 요소 중 어느 정도 여건이 갖추어진 게 식당이다. 수백개의 식당이 타운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식당들은 그러나 한인 고객만 고집하는 느낌이다. 한국인, 타주 등지에서 온 한국인들은 그 맛에 반해 ‘LA 한국 음식’이라면 알아주지만 아직 ‘한국 음식의 맛’은 타운 밖을 벗어나면 별로 알려지지 않아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알려진 음식은 프랑스와 중국 음식이다. 이탈리아, 일본 음식 등에 대한 인지도도 상당히 높다. 한국인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세계 주요 도시 어디서나 한국 음식점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한국 음식은 별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다.

남가주 일원에서도 그렇다. 중국, 일본 음식과는 비교도 안되고 태국, 월남 음식보다도 시장이 제한돼 있다. 맛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한국 음식에 대한 홍보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맛의 현지화’에 소홀한 탓이다.

한국의 상품중 가장 세계화 가능성이 큰 상품은 한국 음식이다. 디자인을 새롭게 하고 현지인의 기호에 맞게 새로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때 한국 음식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 벤처 기업이라고 반드시 하이텍 비즈니스일 필요는 없다. ‘천년의 맛’을 지닌 한국 음식을 세계화하는 비즈니스도 훌륭한 벤처 기업이다. 이 비즈니스의 선구자 역할은 아무래도 LA 한인들이 맡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