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어 센스

2001-03-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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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포먼 <샌프란시스코주립대 교수>

얼마 전에 재미있는 e-메일을 받았다. 주제가 ‘두뇌 곯리기’(brain teaser)라고 써있었다. 나를 곯렸던 e-메일 내용을 읽고 당신도 한번 실험 삼아 두뇌 테스트를 해보기 바란다. 다음 문장을 읽으면서 ‘F’ 글자가 들어 있는 단어가 몇 개 있나 세어 보라.

"FINISHED FILES ARE THE RESULT OF YEARS OF SCIENTIFIC STUDY COMBINED WITH THE EXPERIENCE OF YEARS."

내가 위의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F’가 들어있는 단어가 세개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였다. 나의 답이 틀렸다고 하였다. 다시 읽어봐도 ‘F’가 들어 있는 단어는 3개밖에 없는데 여섯 개가 정답이라고 하였다. 알파벳을 하나 하나 살피면서 다시 천천히 읽어보니, ‘F’ 글자가 여섯 개가 있었다.
나는 정말 놀랐다. e-메일 설명에 의하면, 보통사람의 두뇌는 ‘OF’에 있는 ‘F’ 글자를 프로세스 하지 않고 지나친다 하였다. 그러니까 첫번 시도에서 ‘F’가 들어있는 단어가 여섯 개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천재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한인 독자들이 천재라는 소리이다. 많은 독자들이 ‘F’가 들어있는 여섯 개의 단어를 보았을 것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그러면 한국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란 말인가. 한국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은 조금 미안하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거할 뿐이다. 만약에 나처럼 ‘F’를 3개밖에 보지 못한 독자가 있다면, 아마 그 사람은 영어를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하는 단계에 이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이유를 함께 생각하여 보자. 위의 문장을 내가 읽었을 때, 눈으로 단어를 읽었지만, 두뇌는 문장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단어는 스쳐 버린 것이다. ‘a’ ‘the’ ‘of’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단어가 아니다. ‘Finished’ ‘Files’ ‘Scientific’은 의미가 있는 단어이기에 두뇌가 그것을 프로세스 하지만 ‘of’는 지나쳐 버린 것이다. 두뇌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이다. 아마 한국말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a’나 ‘the’ 또는 ‘of’ 같이 작고 하찮은 단어들이 한국사람들이 영어를 마스터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나의 의식밖에 있던 ‘a’ ‘the’ ‘of’ 같은 단어들이 내가 영어로 문장을 쓸 때 적절한 곳에 저절로 나타난다. 영어가 나의 원어이기 때문에 영어 센스가 개발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a’나 ‘the’ 같은 하찮은 단어라도 빠뜨리면 원어인에게는 어색하게 들린다.

문장의 뜻이 맞을지라도 문법에 필요한 이와 같은 작은 단어들을 빠뜨리거나 오용하면 영어가 콩글리쉬로 되어 버린다. 언어의 뉘앙스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사람들을 위한 영문법 책에서 ‘the’와 ‘a’의 사용법을 읽은 적이 있다. 예외를 예를 들고, 예외의 예외를 다섯 페이지를 할애하여 복잡하고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한국사람이 문법적으로 이해를 하면서도 대화 도중에 빠뜨리는 것은 영어센스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언어센스를 개발하라고 권하고 싶다. 잘 지어진 문장을 읽고 나서 문장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보지 않고 문장을 써 보고, 쓴 글을 본문과 비교하면서 어떤 단어를 빠뜨렸나, 어떤 단어를 첨가하였나 체크하여 보라. 대부분 작고 하찮은 단어들, 문장에서 있으나 마나 하다고 생각하는 ‘a’나 ‘the’ 또는 ‘of’ 같은 단어들이 문제가 될 것이다.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작고 하찮은 말 때문에 세련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다고 낙심하지 말라. 당신은 영어를 마스터하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으니, 이 작고 하찮은 것들을 정복하는 하는 것에 용기를 내라.

누가 아는가. 몇 년 후에 다시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당신이 천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지... 영어를 마스터한 당신에게는 ‘F’가 있는 단어가 3개밖에 보이질 않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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