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표의 위력을 보일 때

2001-03-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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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하 <사회부>

"시장 후보가 왜 그리 많아요? 도무지 누가 누군지 잘 알 수가 없네요"
오는 4월10일 예비선거를 앞두고 있는 차기 LA시장 레이스를 취재하며 만난 한 한인 유권자가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이번 시장선거를 바라보며 한인 유권자들이 느끼는 일종의 당혹감이 배어있었다. 선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시장 선거는 새로운 LA시헌장이 발효된 후 처음 열리는 선거다. 차기 시장은 역대 어느 시장보다도 시 행정에 더 큰 권한을 갖게 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LA지역의 현 시 검사장과 연방하원의원, 최장수 시의원, 주 재무관, 전 주 하원의장, 현재 시장이 밀고 있는 갑부 비즈니스맨 등 당선을 노릴만한 쟁쟁한 후보들이 6명이나 한꺼번에 나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주요 후보들이 이처럼 모두 비교적 잘 알려진 인사들인 데다가 정책면에서 이들을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주요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LA시장으로서의 정책비전과 공약들이 모두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요 공약이 교육개혁과 경제활성화, 교통체증 해결, 치안강화로 비슷비슷할 뿐더러 세부 공약도 그리 별다르지 않다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한인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가 한인사회를 위해 좀더 유리할까를 따져봐야 하겠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2주전 LA한인회가 시장 후보들을 불러다놓고 개최한 한인타운 토론회에서 노인회관 건립, 타운 준경찰서 설립, 한인타운 지역구 단일화, 한인 공직자 발탁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참석 후보들이 하나같이 이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것은 당연한 일. 재미있는 점은 한인타운 토론회 이후 시장 후보들을 만나 한인사회에 대한 공약을 물으면 너나 할 것 없이 이 네 가지를 답한다는 것이다. 토론회가 한인사회의 현안을 이해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후보들의 차별화에는 그리 도움이 안됐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번 시장선거를 대하는 한인 유권자들은 각 인물의 면면을 따져 어떤 후보가 진정 약속을 실천하는 후보인지를 가려내는 혜안이 필요하게 됐다. 여기에 중요한 것은 투표장에 직접 나가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일이다. 한 표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지난 대선때 봤던 대로다. 이번같이 쟁쟁한 후보들이 난립한 선거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 비록 선거권이 없더라도 시장 지망생들이 선거때의 약속을 실제로 지키는지를 관심을 가지고 감시하는 일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몫을 다하는 일임을 기억하는 계기로 삼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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