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삐 풀린 망아지

2001-03-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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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예로부터 ‘동방 예의지국’으로 불렸다. 이조시대 한국을 찾은 중국 관리들 가운데는 한국의 엄격한 가부장제 및 여성의 정절에 대한 강조, 제사등 조상 모시기에 감탄하고 “중국보다 유교 사상에 충실한 나라”라는 기록을 남긴 사람도 있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판 타임지 최근호가 커버스토리로 다룬 ‘아시아의 성혁명’에 관한 기사에 따르면 세상이 변해도 한참 변한 것 같다. 한국이 성인남녀의 혼외정사 경험 비율이 아시아 국가중 최고라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통적으로 바람 피우는 것이 금기시 돼온 여성 혼외정사 비율이 41%로 남성의 65%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혼전 성관계도 남성 74%, 여성 64%가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여 태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신부가 숫처녀여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필리핀 남성 78%가 ‘그렇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한국은 27%로 홍콩(14%) 다음으로 개방적인 자세를 보였다.
물론 이번 조사는 과학적인 샘플이 아니라 독자들의 응답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또 동남아 각국 현지 르포를 보면 이같은 현상이 아시아 전반에 걸친 것이지 유독 한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중국 본토에서도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돈 많은 여성이 남성을 사는 매매춘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으며 홍콩의 ‘새도매조키즘 클럽’에는 여성에게 고문을 당하기 위해 시간당 수백달러씩 내고 아시아 각국 남성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캄보디아에서마저 고교생들이 1달러를 주고 성행위를 할 수 있는 모텔이 학교 주변에 득실거리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아시아 각국중 한국인의 바람 피우기 비율이 남녀 공히 1위로 나타났다는 것은 성개방 풍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특히 최근 쏟아져 나온 한국 영화는 강간에서 그룹 섹스, 근친상간등 서구의 포르노 장면을 뺨칠 만큼 충격적인 것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최근 3개월 사이 포르노 필름을 본 적이 있다는 비율도 한국(남 51%, 여 31%)이 가장 높은 것을 보면 한국이 전세계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최고라는 뉴스도 반드시 바람직한 것인지 의심이 간다. LA에서도 배우자 부정이 주요 이혼 사유로 떠오르고 있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오히려 아직 보수적이라는 느낌이다.

이같은 세태 변화를 보는 시각은 두가지다. 하나는 그 동안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체제에 짓눌려 온 인간 본능의 자연스런 발산이란 시각이고 또 하나는 말세라는 비관론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이에 긍정적인 편이지만 이것이 반드시 진보적인 사고인가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미국에서도 60년대 성개방 바람이 분 적이 있다. 한 때는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구식 사고방식을 가진 세대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높은 이혼과 낙태, 사생아의 양산, 가정 파탄과 편모 편부의 급증등 사회문제가 무분별한 성혁명의 책임이라는 자성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도 성개방 풍조에 휩쓸리기 전 한 때의 쾌락이 나중에 비싼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돌아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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