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파동이 주는 메시지
2001-03-16 (금)
미 증시가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금주 초 하이텍을 중심으로 하는 나스닥 지수가 2000선을 깬 데 이어 14일에는 그동안 버텨온 다우존스 산업지수도 10000선 이하로 떨어졌다. 15일에는 소폭 상승, 다시 10000대를 회복했지만 이것으로 미 증시의 하락세가 멈췄다고 보기는 이르다.
95년부터 5년간 쉴새 없이 상승가도를 달려온 미 주가가 갑자기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하이텍 버블이 터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가장 유력한 것 같다. 지난 수년간 마이크로소프트나 시스코 같이 성장이 한계에 달한 초대형 기업에서 아마존처럼 한번도 수익을 내본 적이 없는 기업에 이르기까지 인터넷과 조금만 관련이 있는 회사라면 역사적 평균의 수십배에서 수백배까지 거래되는 것이 당연시 돼 왔다. 돌이켜 보면 이처럼 비현실적인 상황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은 애당초부터 자명한 일이었다.
나스닥은 불과 1년 사이 60% 이상 하락하면서 4조달러에 달하는 돈이 증시에서 거품처럼 사라졌다. 미 주요 지수가 이처럼 짧은 시간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1973~74년 불황은 물론이고 1929~30년 주가 대폭락 때도 없었던 일이다. 일부에서는 곧 주식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낙관적 관측도 있으나 한번 터진 버블이 회복되는 빨라야 수년, 늦으면 수십년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년 초 두번이나 대폭 금리를 내렸음에도 주가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오히려 전 세계 대부분의 증시가 동반하락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빠른 시일 내 활황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CPA들에 따르면 요즘은 한인들도 30% 정도가 주식에 투자하고 있으며 지난해 같은 경우 대부분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은 특히 장기적 안목에서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단기 차익을 노린 하이텍 업종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어 더욱 피해가 심하다는 것이다. 미국 물정이나 투자경험이 짧은 한인들이 월스트릿의 프로들도 쩔쩔매는 치고 빠지기식 돈놀이를 해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착각이다.
투자가들도 투자가지만 자영업자가 많은 한인사회로서는 이것이 경기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더 큰 관심사다. 요즘같이 주가 총액이 GDP를 훨씬 상회하고 미국인의 60%가 주식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증시가 계속 가라앉을 경우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주가는 향후 경기 전망을 알리는 주요 지표다. 올해 미국 경기가 쉽사리 회복되리라 낙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리한 확장과 투자가 아니라 내실을 기해 다가올 어려움에 대비하라는 것이 이번 증시 파동의 교훈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