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 변화에 대처할 자세 돼 있나

2001-03-16 (금)
크게 작게

▶ 사설

미국의 인종별 인구 구성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아시아계 인구가 1,000만명대를 돌파해 미전체 인구의 4.2%를 차지했다. 히스패닉은 흑인을 제치고 미국내 최대 소수민족으로 발돋움했다. 연방 센서스국 발표에 따르면 아시아계 인구는 지난 90년대 10년 동안 50% 가까이 늘었다. 아직 출신 국가별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미주 한인인구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엄청난 증가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2000년 센서스 결과는 몇 가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미국의 인종별 구성비는 앞으로도 계속해 엄청난 변화를 맞게 된다는 게 우선의 메시지다. 사실 이는 일찍부터 예견되어온 일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아시아계 등 비백인계 인구는 이미 백인을 앞질렀다. 이같은 ‘백인의 소수화’ 현상은 전국적으로 확산돼 21세기 중반쯤에는 소수계 그룹이 백인을 제치고 미국내 다수가 된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정도다.

이와 함께 정치·경제·문화등 미국 사회 전반에 변혁에 가까운 변화의 대 파장이 몰아치고, 그 변혁의 물줄기 역할은 아시아계 등 새 이민 그룹이 맡게 된다는 게 센서스 결과가 주고 있는 또 다른 메시지다.


그 메시지는 다름이 아니다. ‘수줍은 마이너리티’ 등 새 이민그룹에게 주어진 ‘나그네 이미지’에서 과감히 탈피해 다민족 사회인 미국 사회의 성숙한 구성원으로서 주류사회 건설에 적극 참여하라는 요구다. 새 문화 창조에 능동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요청이다. 이는 미국이라는 공동체를 함께 지탱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 다른 말로 하면 백인계, 소수계 등을 망라한 모든 민족그룹과 커뮤니티에게 요구되는 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미주 한인사회도 이 점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다.

미주 한인사회는 오늘날 근 200만의 인구를 포용하는 거대 사회가 됐다. 그러나 이는 외형적 팽창에 불과할 뿐이다. 한인사회 현실을 직시할 때 ‘우리 끼리만의 사회’가 오늘의 한인 커뮤니티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나만 잘 살면 그만이다’ ‘이웃이든, 주류 사회든 관심 밖의 일이다’ 아직까지도 배타의 마인드만 팽배,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한 장벽을 좀처럼 허물려 들지 않는 게 한인사회다.

"한인사회는 과연 다민족 사회의 당당한 일원임을 자부할 만큼 성숙했고, 변화의 대 물결에 대처할 자세가 돼 있는가"- 대 변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2000년 센서스 결과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보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