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확실의 시대를 사는 자세

2001-03-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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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국

요즈음 발표되는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미국 경제는 이미 경제침체에 접어들었거나, 최소한 경기후퇴의 시작단계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위의 자영업자나 봉급생활자 중에는 이러한 경기침체의 여파를 아직 못 느낀다며, 경기불황 가능성 진단이 혹 지나친 기우가 아닌가 하고 반문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

이런 분들에게,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을 거꾸로 돌릴 수 없듯이, 경제를 좀더 보수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경제상태는 항상 지나간 이후에야 얼마만큼 호황이었는지 불황이었는지를 확실하게 알게 되기 때문이다. 즉, 실물경제가 불황에 이미 접어들었다 하더라도, 개개인이 실제로 피부로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경기가 침체로 가는 이유는 우선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어, 소비지출을 줄이고, 기업은 이에 따라 재고가 쌓여 생산을 줄이게 되고 결국은 인원 감축을 하게 되는데,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많아지거나, 자신들이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소비자들의 심리는 더욱 불안해져서, 경기는 더욱 더 침체의 국면, 즉 불황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에 직간접으로 투자하고 있는 경제 인구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요즈음의 미국에서, 주가가 거시경제와 소비자들의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는 점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주로 첨단기술, 통신 및 인터넷 계통의 성장형 주식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지난 6주간 한결같이 하락하여, 바로 1년 전보다 60%나 하락한 나스닥 지수가 피부로 느끼는 체감주가이다. 이로 인한 그들의 구매력 폭락은 앞에서 언급한 경기침체의 고리를 끊기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하 정책이나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 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는지 의문스러워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생겨나고 또한 그 효과가 있더라도 최소한 6개월에서 1년이 지나가야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확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일반 소비자 및 자영업자들이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당연한 관심사이다.

첫째, 최고급 주택들은 해당 구매층의 구매력이 주가 및 주식 옵션 가치의 폭락으로 인해 전보다 훨씬 낮아졌으므로, 거래가 한산해지거나 최소한 지난 수년처럼 가격이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바이어들에게 이제 흥정의 축이 넘어올 것 같다. 그러나 남가주 및 미국의 일반 주택시장은 상대적으로 구매층이 넓고 주택융자 이자율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당분간은 완만한 가격상승을 계속할 것 같다.

둘째, 시장 이자율이 앞으로 0.5~1% 정도 추가로 하락할 것이니 일반 소비자들은 부채를 전부 갚기보다는 크레딧을 유지하는 선에서, 전보다 많은 비율의 현금(은행 CD나 단기예금 포함)을 보유하는 것이 좋겠다.

셋째, 은퇴를 앞둔 분들이나 자녀들의 대학 진학이 가까운 분들은 주식 투자 결정에 더욱더 신중을 기하고, 특히 자영업자들은 실물투자 결정에 신중하여 절대로 무리한 확장을 하지 말 것을 권한다.

넷째,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시에는 기업이 감히 가격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자동차나 내구재 구매 결정을 성급히 하지말고, 꼭 구매의 필요가 있으면 인터넷 등을 이용해 샤핑을 잘해서 가격 흥정의 주도권을 가질 것을 권한다.

다섯째, 이미 주식시장에 투자한 사람들은 주식투자는 중장기의 투자가 원칙이고 "올라가는 것은 반드시 내려오고, 내려가는 것은 반드시 올라온다"는 균형의 법칙을 따라, 주가가 이렇게 폭락한 마당에 섣불리 원금 회수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제 신경제의 허상이 확연히 드러난 이상, 우리 모두는 그 동안 들떴던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고, 지신의 본업에 열심히 그리고 충실하게 일함으로써, 자신과 자신의 가정의 풍요로움을 이 미국 땅에서 추구한다는 건전한 이민자의 정신을 새롭게 하자고 권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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