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우냐, 돌고래냐

2001-03-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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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나 지상중계-부시행정부 대북정책 어디로 가나

▶ 길영환 (아이오와 스테이트대 교수)

현 세계 질서의 특징은 ▲미국이 군사 경제적으로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고 ▲세계 시장의 통합등 경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하이텍을 이용한 군사 기술의 혁신적 변모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문제에 경험이 없는 부시는 파월 국무장관에게 상당 부분 권한을 위임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은 의회 증언에서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그 지역이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긴요하지만 북한은 자위에 필요한 이상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사일과 화생방 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어 경계를 게을리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통령이 아시아 지도자들중 처음으로 부시와 만났다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대한 관계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부시는 북한과의 대화를 곧 재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한국과 이견이 있음을 나타냈다. 김대통령은 부시로부터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받아내려 했으나 실패했다.

부시는 세계화와 미사일 방위 체제 구축을 추진함으로써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위치를 지키려 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탄도미사일 금지조약(ABM)을 지지해달라는 러시아측 요청과 이에 반대하는 부시행정부 사이에 끼어 난처한 입장에 놓여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격이다.

21세기 한국이 취해야할 역할은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다. 고래싸움에 말려들 것이 아니라 넓은 바다로 빠져나가야 한다. 지금같이 분단국가로서의 약점을 피하려면 지난 번 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거쳐 통일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김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통해 강국 사이의 분쟁에 휘말릴 것이 아니라 화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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