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들리 박물관의 한국실

2001-03-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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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섭<특집부 차장>

중가주의 한 소도시의 리들리 박물관에 미본토 한인 이민사를 증언해줄 한국 전시실이 이달초 문을 열었다. 리들리는 인근 농촌도시인 다뉴브와 함께 하와이 사탕수수밭으로 이민온 선조들이 2년간의 농장계약을 끝내고 미본토로 이주하면서 첫 정착지로 택했던 곳이어서 이번 한국관 개관이 주는 의미가 크다.

한인 이민사가 시역사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시로부터 공인받은 것이다. 리들리는 1888년 철도 건설로 백인 정착민들의 이주가 시작되다가 1913년 시로서의 첫 모습을 갖춘지 불과 88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농촌도시이다. 한인들은 도시로 승격되기 전인 1900년대 초반부터로 이미 이곳으로 이주해 1940년대까지 농업에 종사하며 30여년간을 다수 인종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한때 이곳에는 2,000여명의 한인(전체주민은 5,000여명 추산)들이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1903년 1월 100여명 한인을 태운 배가 하와이에 도착한 이후 중노동에 시달리던 한인들이 어느 정도 언어가 통하자 미 본토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이들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은 농촌지역을 택해 중가주의 리들리로 모여들게 된 것이다.


리들리의 짧은 역사를 보존하는 리들리 박물관에 한인 이민사를 보여주는 전시실이 마련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가지 아쉽다면 선조들의 이민생활을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이나 유물이 1점도 없다는 것이다.

이곳에 미주크리스찬문인협회가 급한대로 3개월여동안 모아온 고무신, 엽전, 병풍, 도자기등 한국 민속품 100여점이 전시됐지만 한인 초기이민사를 증언해줄 역사적 자료는 없다.

리들리는 하와이와 함께 한인 이민사의 출발점으로 기록되는 곳이어서 보존해야 할 곳들이 많다. 이곳에 세워진 한국 전시실은 한국을 소개하는 문화 전시관에 그쳐서는 안된다. 200여년 미이민사에 한인들의 이주 역사가 당당히 기록되는 역사의 교육장으로 가꿔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인사회 각계의 보존을 위한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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