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한국 사람들은 집을 짓거나 살 때 남향을 최고로 쳤다. "삼대가 적선을 해야 남향집에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남향집은 겨울이면 햇볕이 집안 구석구석까지 들어오는 반면, 여름이면 창가에 머물다가 사라지는 정도여서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남가주에서 소매업소를 차릴 때는 서쪽을 향해 있는 가게를 최고로 친다. 해질 무렵 한창 손님들이 많이들 시각에 가게가 밝아 보이고 에너지 및 조명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 우기 한때를 제외하면 일년 내내 일기예보가 ‘맑음’으로 계속되는 남가주지만 날씨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해가 쨍쨍 내리쬐고 무더운 듯 해야 장사가 잘되고 어쩌다 구름이라도 끼고 해를 볼 수 없는 날이면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덩달아 위축돼 소매점들이 파리를 날린다.
해마다 연말 대목을 넘긴 뒤 우기까지 겹치는 1~2월은 남가주 비즈니스가 가장 한산한 계절이지만 특히 올 겨울에는 예년보다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한인등 소매업 종사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립기상대 통계에 따르면 13일 현재 올 시즌 LA 다운타운 강우량은 16.83인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08인치에 비해 67% 많았고 예년 평균치 12.07인치에 비해서도 40% 가까이 많았다. LA에 비해 비가 훨씬 많이 내리는 편인 샌프란시스코가 17.32인치에 그쳤고 남쪽의 샌디에고가 7.83인치의 강우량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조가 된다.
더욱이 비가 1월말 이후 지난 주말까지 한달 반의 기간에 집중적으로 내린 탓에 그 기간 비즈니스들의 피해가 컸다. 야외 스왑밋에서 운동화 장사를 하는 K씨는 "올 겨울 주말마다 비가 오는 바람에 장사를 한 날보다 공친 날이 더 많았다"고 한숨이다. "주중에는 안 오던 비가 주말만 되면 어김없이 내리는 바람에 하늘이 야속한 생각까지 들더라"는 그는 어쩌다 비가 안온 주말에도 바람이 불고 날씨가 쌀쌀한 탓에 고객 발길이 뜸해 자리 값 벌기도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포모나에서 여자 옷가게를 하는 L씨도 10여년 비즈니스를 하는 동안 올 겨울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고 하며 베니스비치에서 7년간 티셔츠가게를 해온 P씨도 올 1~2월만큼 장사가 안된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사우스센트럴에서 리커를 하는 또 다른 L씨도 1~2월에는 하루 매상이 지난 연말의 절반에도 못 미칠 지경이었다고 울상이다. 이같은 소매경기 하락의 여파는 다운타운 한인 의류 도매상들에게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 들어 모처럼 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해졌다. 앞으로 일주일 안에 비가 온다는 예보도 없다. 6주일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지루하던 장마가 마침내 끝난 느낌이다. 그동안 고전했던 한인 소매업소들도 화창한 날씨와 함께 경기가 풀려 그간의 손실을 만회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