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시각
▶ 조지 멜로우언 (월 스트릿 저널 기고)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주 백악관 방문에서 부시대통령으로 부터 퇴박을 당했다. 일종의 우정어린 퇴박이라고 할까, 하여튼 김대통령으로서는 유쾌하지 못할 이 경험은 미국의 대통령은 새 대통령이고 새 미국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십분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경외까지는 않는, 말하자면 분위기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환기시켰을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물론 자체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쪽으로의 변화다.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탄 것은 부분적으로는 북한의 화해 제스처에 긍정적으로 응한 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역사적인 평양방문을 통해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을 만났다. 그다음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고 클린턴 대통령도 평양행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 성사되지 못했다. 클린턴으로서는 마지막 포토 이벤트의 찬스를 놓진 셈이지만 세계가 환상에 빠질 상황을 마지막 순간에 모면했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런 일이다.
부시 행정부는 환상보다는 실체에 관심을 두고 있다. 부시는 김 대통령에게 북한을 신뢰하지 않고 있고 북한과 협상을 하게되면 반드시 검증 할수 있는 방안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위해 1994년에 체결된 기본합의서는 플류토늄을 생산하는 북한의 원자로 가동을 단순히 중단하는 대신 한국이 경수로 건설을 지원하고 미국이 발전용 중유를 공급하는 것으로 돼있을 뿐 아무런 검증의 제도적 방편이 마련돼 있지 않다.
클린턴 행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미사일 위기는 사라졌다는 애매모호한 정보 보고서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의회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드리지 않았다. 지난 1998년 발표된 럼스펠드 보고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생산프로그램은 진행중에 있고 북한은 대포동 2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 무거운 탄두를 장착시켰을 때 앨러스카와 하와이까지, 또 경탄두를 장착 시켰을 때에는 아리조나와 위스컨신주까지가 사정거리에 들어가는 장거리 미사일을 곧 실전 배치할 수 있게 되고,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에게 미사일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일은 미국과 우방들이 그의 아버지 김일성이 취해온 정책, 즉 강압적인 협박에 응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같이 공갈 협박을 기본 마인드로 김정일은 병영국가를 이글고 있다. 한 독일인 의사는 농촌지역에서 어린이들이 굶어죽어가는 참상등 북한의 현실을 외부에 알리다가 최근 추방됐다. 그러나 북한군에 대한 식량과 의약품 공급은 여전히 잘 이루어지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공갈협박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한국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하고 있다. 미국과 같은 수퍼 파워가 파산 지경의 작은 나라에 조종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과 함께 특히 ‘깡패 국가’들은 특별히 다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지난 1994년이후 북한으로 부터의 위협은 늘었으면 늘었지 하나도 줄지 않았다는 게 부시 행정부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