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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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전쟁’ 속편

2001-03-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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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이다. 핵전쟁의 결과는 상호파괴와 인류의 멸망밖에 없기 때문이다" 1970년대 핵전쟁에 대한 개념이었다.

이는 ‘인류 멸망’이라는 공포를 담보로 한 데탕트 시대의 평화공존 논리였다. 이와 함께 동서 이데올로기 싸움에서도 도덕적 판단이 유보됐다. 미·소간의 냉전이라는 것은 이를테면 ‘전갈과 독거미의 싸움"이라는 견해가 대두된 것이다. 냉전 사가 루이스 핼리의 말에서 나온 표현으로 소련의 동구지배나 미국의 라틴 아메리카 지배나 근본에 있어 다를 게 없다는 시각이다.

1970년대 말께부터 이 논리는 도전을 받게 됐다. "핵전쟁은 이길 수도 있는 전쟁이다. 새로 발명된 무기가 사용되지 않은 경우란 인류 역사상 찾을 길이 없다. 이 이길 수도 있는 핵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현존위기 위원회’로 이름지어진 보수 두뇌집단이 내 건 주장이었다. 제 3세계 등지에서 이른바 해방주의 신좌파 논리가 확산, 미국이 고립감을 느끼게 되면서 나온 대응 논리였다.


레이건의 집권과 함께 이 주장은 정책화되기 시작했다. 국방비가 대폭 증가되고 ‘별들의 전쟁’으로 불린 MX 미사일 계획이 실제(?) 착수됐다. 가상의 적국으로부터 날아오는 대륙간 장거리 미사일을 우주 공간에서 요격해 적의 핵공격을 완전 무력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동안 유보됐던 동서냉전에 대한 도덕적 판단도 다시 내려졌다. ‘소련은 악의 제국’이라는 레이건의 발언이 그 것. 또 이런 논리도 뒤따랐다. "미·소가 무제한 군비경쟁을 펼칠 때 소련은 망한다. 소련의 낙후한 경제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MX 미사일이 완료되는 날에는 자체 핵무기 시스템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는 공포에 소련은 사로 잡혔다. 군비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다가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졌다.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미사일방어(NMD) 계획이 새삼 클로즈업되고 있다. 기본 개념은 ‘별들의 전쟁’ 계획과 같다. 단지 대상 국가가 다를 뿐이다. 북한·이라크 등 이른바 ‘깡패국가’들로부터 날아오는 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미국의 안보를 지킨다는 이야기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NMD 계획과 관련해 훈수를 하려다가 오히려 혹을 붙이게 됐다. 워싱턴의 입장은 그만큼 요지부동으로 보인다. 왜 부시 행정부는 NMD 계획에 이같이 집착하고 있을까. 세계 유일의 스탈린식 공산체제 북한을 조기에 퇴출시키려는 전략인가. 아니면 가상의 군사적 적국을 노린 견제구인가.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NMD 계획 때문에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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