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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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들의 직업 선택

2001-03-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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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주 환 <뉴저지>

정든 고국을 떠나는 순간부터 그동안 한국에서 갖고 있던 자존심이나 모든 고정관념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것이 미국 이주의 첫 걸음이다. 그런 마음의 각오가 잘 되어있는 사람이나 맨주먹으로 와서 우물쭈물 할 겨를이 없는 사람들은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일터를 찾아 생산적인 미국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각오가 덜 된 사람이나 재산을 좀 갖고 왔다는 사람들은 이것 저것 가리고 고르다가 빈털털이가 돼서 뒤끝이 타야만 정상적인 미국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가리고 고르려던 것 만큼 늦어지는 셈이다.

또 이주자들의 직업은 그들을 비행장으로 마중나가 데려온 사람들의 직업과 대개 일치한다는 말도 있다. 비행장에 마중나갔던 사람들이 제일 잘 아는 직업이 그것들 뿐이고 또 자신있게 지도해줄 수 있는 것도 그들의 직업과 같은 것이며, 또 일시나마 그들에게 일터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그들의 현재 직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와서 오래 사는 사람들은 나중 온 사람들의 개인 능력이나 재정능력과 관계없이 모두 자기가 걸어온 미국이주 생활을 답습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고 나중 이주한 사람이 자기가 걸어온 미국생활의 한 두단계를 뛰어넘으려고 시도하면 눈쌀을 찌푸려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그래서 미국와서 육체노동으로 시작한 사람은 한국에서 고급 전문직업을 갖고 있던 형제나 처남에게 육체노동부터 시작할 것을 권하여 갈등관계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서 고위직 전문직업인 생활을 하다 미국와서 한국에서의 모든 자존심과 체면을 버리고 미국 현실 생활에 묵묵히 잘 적응해 살아가는 훌륭한 분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심마저 일어날 때가 많다. 그런 분들은 항상 현실 생할에 충실하고 또 다른 민족들에게도 예의바르고 사회적으로 남의 모범이 되는 수가 많다. 미국으로 살러왔으면 그렇게 해야 되는 줄은 다 잘 알지만 그렇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일부에 불과하지만 매춘이나 마약같이 반사회적이나 비도덕적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었더라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받지 못한다. 아무리 물질 만능의 미국사회요 돈이면 다 된다는 미국사회지만 인간 기본의 틀은 갖추고 살아야 한다.

미국이라고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무조건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자기 개인의 인생관은 물론 자기 집안의 전통이나 명예도 한번쯤 생각해 가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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