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친구가 없는 아이’

2001-03-10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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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교육 이야기

▶ 수잔 정

사춘기 전의 꼬마들에게 제가 항상 물어보는 질문은 "네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지?"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부모님이 옆에 계실 때 넌지시 물어 보지요. 벌써 10~11세가 넘게 되면 이런 질문은 혼자서 있을 때 해야 정확한 대답을 얻거나, 어깨나 으쓱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 명이나 두 명 정도의 이름을 대면 안심을 합니다. "나는 친구가 한 명도 없어요. 웬일인지 모두 나를 싫어해요"하고 고민을 솔직히 말하는 아이는 치료가 쉽고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은 수줍음이나 불안감, 또는 우울감 때문에 자신과의 투쟁에 몰두해 있느라고 친구를 사귀는 여유를 못 가졌거나 그 기술을 아직 연마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정신적 현상을 ‘Internalizing’이라고 학자들은 부릅니다. 즉, 인생에서 느끼는 고통을 내면화시킨 현상입니다.

이에 반해서 겉으로만 활발한 어떤 아이는 자기 반 아이들의 이름을 10여개 되뇝니다. 그리고 "이 애들이 모두 너의 가장 친한 친구(Best Friend)냐?"고 내가 물으면 힘차게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물론 저는 곁눈으로 ‘천만에 말씀’이라고 머리를 가로 저으며 강하게 부인하는 그 아이의 부모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아이가 말하는 이름에 귀를 기울입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는 적어도 친구를 ‘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으니까요. 그럼 "일 년 이상 사귄 친구는 누구지?"하면 불평을 시작합니다. 모든 친구들이 먼저 싸움을 걸거나 선생님께 일러서 자신을 골탕먹이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싸움을 했고 ‘나쁜 교장선생님’이 퇴학을 시켜서 다른 학교로 옮기고 등등.


즉, 이들은 자신의 내부나 주위의 문제를 모두 ‘바깥쪽으로 밀어내는’(Externalizing)형입니다. 그들은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보는데 주위 사람들이 왜 자신을 오랫동안 친구로 삼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불평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의 부모님 중에는 ‘아이를 벌주고 말 안들을 때에는 때려야만 정신을 차린다’고 믿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때리는 벌처럼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효과적’인 것은 없으니까요. 아이는 이 ‘최상의 해결 방법’을 배운 대로 학교에 가서나 동생들에게 사용합니다. 많이 싸우고 남에게 문제를 전가시키는 아이는 친구를 잃습니다. 이런 아이들일수록 ‘야단치는 부모’가 아닌 ‘사랑하는 부모’가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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