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0년대의 한인타운’

2001-03-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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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률 <경제부장대우>

LA 한인타운의 모습이 크게 변하고 있다. 윌셔가에 아로마 스포츠 컴플렉스가 새로 건설되고 올림픽과 웨스턴 코너에 대형 한인상가 코리아타운 갤러리아가 들어서는 등 한인타운의 성장은 눈이 부실 정도이다. 90년대 초중반 폭동, 지진 등에 이은 경기침체로 별로 변화가 없던 타운이 90년대 후반후터 계속된 호경기에 힘입어 하루가 모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인타운의 경계도 동쪽으로 후버, 서쪽으로 윌튼, 남쪽으로 피코, 북쪽으로 멜로즈에 이르기까지 계속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 상가가 속속 들어서고 한인타운의 영역도 넓어지고 있지만 밖에서 외부인들이 지켜보는 한인타운은 여전히 ‘얼굴 없는 이방지대’ 이다. 한인타운 어디를 가보아도 이곳이 한인타운인지 보여줄 만한 상징물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한글 간판과 ‘Koreatown’ 이라고 적힌 이정표 정도가 한인타운을 보여주는 유일한 모습이다. 지난 30년 동안 LA 한인타운은 확장일로를 걸어왔지만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그저 상가와 아파트만 계속 들어서는 외형적인 발전만 거듭해 왔다. 얼굴이야 어찌됐든 몸집만 비대해진 사람의 모습이 바로 타운의 현 주소이다.

70년대 LA시와 일부 한인 건축가들이 상징 조형물 건설을 포함하는 한인타운 재개발을 위해 스페시픽 플랜(Specific Plan)도 추진해 보는 등 노력해 보았지만 다 허사였다. 여론이 형성되지 않았고 커뮤니티에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LA 한인상공회의소는 상의 내에 ‘타운상징 조형물 건립분과위원회’를 조직,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한인타운을 상징할 수 있는 조형물 건립작업을 커뮤니티 재개발 위원회(CRA), LA시 등과 손잡고 추진하고 있다. LA시로부터 예산도 지원 받을 예정이며 설계 전문가들로부터 조언도 받는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의는 LA 한인회가 추진중인 노인복지회관 옆의 올림픽과 놀만디 코너 부지를 LA시로부터 장기 리스 받아 사후관리까지 책임지게된다. 이곳은 한인타운 한복판이기 때문에 상징 조형물이 건립되고 노인복지회관까지 세워지면 관광객이나 외부 인사들에게 우리도 한인타운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다운타운의 리틀 도쿄가 일본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는 ‘Japanese Village Plaza’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문화센터가 건설되는 등 규모 있게 뻗어나갔듯이 한인타운도 타운상징 조형물을 중심으로 짜임새 있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 이민이 훨씬 늦었던 월남 커뮤니티도 웨스트민스터 리틀 사이공에 베트남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짓고 짜임새 있게 발전을 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오히려 더 차근차근하게 잘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협조하는 자세이다.

LA 한인상공회의소가 조형물 건립작업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이는 상의만의 과제는 아니라고 본다. LA 한인회등 한인단체가 거들고 LA 한국문화원이 조언을 하는 등 너나 할 것 없이 힘을 합쳐야 가능하다. 우리는 앞으로 완공까지 2년여는 더 걸릴 이 작업의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가져야 한다.

건립기금 확보를 위한 모금 캠페인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조금씩 거두는 정성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LA 한인타운은 우리 2세, 3세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할 보금자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징 조형물 건립에 그칠 것이 아니라 2000년대 한인타운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가장 많은 한인이 모여 산다고 하는 LA 한인타운의 모습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조형물 건립작업은 한인타운 재개발을 위한 첫 발자국에 불과하다.

우리 후손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 이 땅에 우리의 모습을 담은 타운을 제대로 개발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또한 한인타운 전체를 주류사회에 공동 마케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2000년대의 한인타운’은 분명 이전의 한인타운과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야 한다.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품성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2000년대 한인타운은 한층 성숙해진 우리의 자화상을 반영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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