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내총격 안전지대 없다

2001-03-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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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지난 5일 샌디에고 인근 샌타나 고교에서 15세 소년이 총기를 난사,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데 이어 7일에는 펜실베니아주 가톨릭계 사립학교에서 14세 소녀가 급우에게 총격을 가해 부상을 입혔다. 뿐만 아니라 LA인근 샌버나디노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이를 모방한 범죄 모의가 여러 건 적발됐다.

교내 총격사건이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특히 99년 4월의 컬럼바인 고교 참사를 전후해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우려가 된다. 이번 샌타나 고교 사건의 범인인 앤드류 윌리엄스는 결손 가정의 아들로 아버지를 따라 지난해 메릴랜드주에서 이주해 온 후 새로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스가 소위 왕따를 당하고 있는데 대한 복수계획을 평소 말해 왔으나 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인 사람은 없었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참극을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교내 총격사건이 한인사회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맞벌이하는 부모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급우나 동네 친구로부터 인종적 모욕이나 차별 등 괴롭힘을 당하는 한인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일부 한인 재학생들이 많은 학교에서는 한인 학생들이 타인종 학생 또는 같은 한인 학생을 왕따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참극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한인 학부모들도 평소 자녀들의 학교생활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대개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있는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놓지 않는다.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은 자녀 얼굴에 상처가 있거나 옷이 찢어진 채 귀가할 때 또는 자녀가 좋아하던 옷이나 물건이 없어졌다거나 학교에 가기 싫어할 때 등이 왕따의 표시가 될 수 있다며 학교 카운슬러 등과의 상담을 통해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교내 총격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총기를 갖지 않는 것이다. 교내 총격사건에 사용된 총기의 대부분이 부모가 집에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부득이 총기를 집에 둘 수밖에 없다면 실탄과 분리해서 자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청소년이 집에 있는 총기를 손에 넣고자 마음먹는다면 자물쇠 장치는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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