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한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북한문제 접근에 상당한 견해차를 드러내고 끝났다. 부시 미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북한 포용정책과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 김 대통령이 하고 있는 역할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히면서도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감 표출과 함께 북한과의 대화는 당분간 없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언론 자유가 없는 국가와 조약을 체결할 때 그 조약의 준수 여부를 검증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함으로써 김정일 체제의 북한에 대한 불신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지적은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과 한국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 한미 공조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또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투명성 요구와 핵문제에 대한 검증 강조는 ‘북한은 근본적으로 믿을 수 없는 불량 국가’라는 시각을 표출, 미국과 북한 관계의 진전도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낳고 있다.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과 북한 관계가 경색된다는 것은 사실 이미 예상되어온 일이다. 그렇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부시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불편한 기색이 이같이 강하게 표출됨으로써 미주 한인사회의 북한 접촉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우선 우려되는 것은 ‘지나친 냉전논리에 입각한 시각’의 재 대두 가능성이다. ‘정부 대 정부의 입장’은 별개다. 이를 민간 차원의 교류에 지나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주 한인과 북한 주민의 접촉은 계속 확대되어야 한다. 꾸준한 교류 확대야말로 북한을 고립으로부터 끌어내는 방편이고 동시에 민족의 동일성을 회복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공연히 케케묵은 냉전 논리를 전개해 이를 방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미주 한인의 이산가족 상봉사업도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을 돕는 운동도 계속 확대되어야 한다. 아들이 어머니를, 형이 아우를 만나는 데에는 아무런 조건이 있을 수 없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죽어 가는 동포를 돕는 일에도 따로 조건이 있을 수 없다. 이들을 만나고 돕고 어루만지는 일은 바로 동포간의 화해와 협력을 이룩하는 일이다. 동시에 미국과 북한 관계의 진전에 이바지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북한에 대한 지나친 환상이다. 북한은 자유가 없는 통제된 나라다. 사회 전반에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 뜨거운 가슴으로, 그러나 냉철한 머리로 북한을 바라보고 돕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