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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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협상에 깔리는 검은 구름

2001-03-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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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스티브 머프 (워싱턴 포스트 기고)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의 협상이 진척되려면 검증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혀 한국측과 이견을 드러냄과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 개발 중단 협상에 암운을 던졌다.

부시는 북한과의 긴장완화를 위한 김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어떠한 협상에도 검증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의 문제는 투명성의 결여라는 게 그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점이다. 북한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번 회담은 부시가 북동 아시아의 안보와 미국의 국익을 위해 중요하다고 밝힌 한국과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첫 만남이지만 어색한 출발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이 북한을 아직도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중인 ‘악당 국가’로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한 미사일 방위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지만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도 감소로 고심하고 있는 김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솔직하고 정직한 의견교환이 이뤄졌으며 상호이해가 증진됐다”고 말했지만 이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 성과가 “매우 긍정적”이었으며 김대통령을 “비전과 지도력을 가진 현실주의자”라고 불렀다. 김대통령은 클린턴 행정부가 대북 유화정책을 쓰도록 유도했었다.

부시의 발언은 한미 양국이 대북 정책에 있어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날 파월 국무장관이 “클린턴 행정부가 못다 한 일을 마무리지을 용의가 있으며 희망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한 것보다는 훨씬 조심스러운 것이다.

관측통들은 이같은 일련의 발언이 행정부내 시각차가 존재하거나 정책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탓으로 보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 한 관계자는 “의견 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으며 조셉 바이든 연방상원의원(민, 델라웨어)은 “서로 짜고 연극을 하는 건지 갈팡질팡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어제 파월은 “곧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미사일 방위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부시의 발언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개발을 포기한다는 합의서를 얻어내는 것이 미사일 방위체제 구축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의원도 부시가 “북한은 무조건 나쁜 놈이라고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조건이 맞으면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부시 행정부가 한국이 얼마전 미사일 방위 계획과 관련, 러시아 편을 들어 준 것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외무부측은 뒤늦게 이를 발뺌하고 나섰으며 김 대통령도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미사일 방위 체제는 한국에게는 별 도움이 안된다. 휴전선이 너무 가까이 있어 서울이 포격거리 안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통령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미국측 입장 지지로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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