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두가지로 떼어서 이해해야 할것으로 본다. 한국, 즉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자체적 입장이다.

우선 한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부시 대통령은 김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려는 노력을 높이 사면서 잘해보라고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관계에 있어서 부시행정부는 클린턴정부가 만들어놓은 대북정책을 그대로 승계할 의사가 없고, 신중하게 다시 생각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한마디로 부시대통령은 김정일위원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행동을 보고나서 결정을 하겠다는 말은 외교적 표현이고 그말을 그대로 풀어 해석하면 미국이 당장은 이북과 대화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 된다.

이번 회담 결과가 한국내에서는 아마 논란의 소지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보수세력은 김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에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정부까지 이런 태도를 보이니 김대통령이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아무래도 힘들어질 것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교류는 이때까지처럼 활발하게 진전되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은 벌써 미국과 관계가 나빠질 것으로 생각하고 “우리 마음대로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 여부에 관심이 많지만 김위원장이 서울에 오고 안오고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남북한을 서로 왔다 갔다 하는 데 너무 무게를 두는데 것 같다. 김위원장이 서울에 오든지 안오든지 상관없이 남북한이 제반문제에 있어서 어떤 한도내에서 합의를 보느냐 확실히 협정을 맺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앞으로 남북한 관계가 다소 식어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서 김대통령은 미국에 오기 전에 벌써 예견했었어야 했다.

김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너무 일렀다. 역대 한국대통령은 미국에 새 대통령이 들어서기만 하면 경쟁이라도 하듯이 서둘러 미국에 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부시행정부가 좀 더 자리를 잡고 대북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해 정책 방향을 잡았을 때 한미정상회담이 열렸어야 이런 저런 논의가 가능하다. 그런 준비도 하기 전에 김대통령이 찾아오니 ‘두고 보자’식 태도는 당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