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토 행운

2001-03-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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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한인여성의 캘리포니아 수퍼로토 당첨이 이번주 내내 화제다. 지난 주말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사는 조상미씨는 동네 세븐 일레븐에 들렀다가 복권 5장을 샀는데 그중 한장이 행운을 몰고왔다. 당첨금 8,900만달러를 일시불로 받기로 하고 세금공제하고 나면 3,200만달러가 손에 들어온다고 하니 말그대로 돈벼락이다.

‘복권’은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담 안되는 액수로 가볍게 자신의 행운을 점쳐보는 행위는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내가 1천만달러를 타게 된다면. 아니, 단 몇만달러라도 타게 된다면…”하는 공상을 로토에 빗대지 않고 일반서민이 어디서 할수 있겠는가. 물론 도가 지나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다.

로토 잭팟이 터질 확률은 벼락을 한번도 아니고 연거푸 몇번 맞을 확률에 해당된다고 한다.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명백한 사실은 그 어려운 확률을 뚫고 매번, 혹은 몇번 걸러서라도 반드시 당첨자가 있어왔다는 사실이다. 그런 행운은 어떤 사람들에게 오는 것일까.


몇 년전 한국에서 주택복권 25주년을 맞아 1등당첨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에 따르면 과반수는 매주 6장 이상씩 정기적으로 복권을 샀던 사람들이었다. 어쩌다 한번 기분 내켜서 사면 효력이 없고 꾸준히 정성스럽게 사야 행운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된다. “사람이 복권을 사는 것이 아니라 복권이 주인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어야 복이 따른다고 주장하는 역술인도 있다.

또다른 흥미로운 조사결과는 1등 당첨자의 1/3 정도가 꿈이 좋아서 복권을 샀던 사람들이라는 사실. 30대의 한 남성은 자라 꿈을 꾸고 나서 복권을 샀더니 당첨이 되었다고 한다. 꿈에 자라 3마리가 악취나는 구덩이에서 죽어가기에 이들을 맑은 호숫가로 데려가 방생했더니 그중 2마리가 살아나 고맙다는 듯 뒤를 돌아보고는 사라지더라는 것이었다. 꿈이 범상치 않아 복권 3장을 샀더니 2장이 당첨돼 2억5,000만원의 횡재를 했다고 한다. 그외 지팡이 짚은 백발 노인 꿈등 여러 꿈이 있지만 한국에서 고액 당첨자들에게 가장 많이 등장한 꿈은 역시 돼지꿈이었다고 한다.

“나한테는 왜 그런 현몽이 없을까” 억울할 수도 있지만, 인생이 공평한 것은 돈벼락이 반드시 행운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갑자기 굴러온 돈 때문에 가정이 깨지고 인생이 비참해지는 케이스들도 없지 않다. 돈도 감당할만큼 가졌을때 행복의 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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