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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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란 없다

2001-03-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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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자<아태정신상담 센터>

샌디에고 샌타나 고등학교 총기난사와 같은 사건은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자라나는 과정에서 생긴 아픔과 분노가 쌓이고 쌓인 결과이다. 분노가 어느 한도까지 차면 사소한 사건이 자극이 돼서 엉뚱하게 터지게 된다. 분노에 찬 청소년들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이다.

현재 우리 상담실에서 치료받고 있는 청소년들만해도 125명이다. 진단증상은 다수 순서대로 주의 집중력 결핍 및 파괴적 행동장애, 정서불안 장애, 우울 장애, 정서사회성 발육개발 장애, 약물 관련 장애, 반사회성 행동장애, 학교 부적응 장애 등등이다. 많은 자녀들이 가정, 학교, 사회에서 여러가지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나는 미국생활 27년이고 남가주에서 한인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시작한지는 1년이 조금 넘는다. 한국인의 긍지를 가지고 살아왔던 나로서는 참으로 당혹스럽고 가슴아픈 사건들을 1년동안 너무 많이 보아왔다. 물론 우리 한국 자녀들을 모두 엘리트가 되도록 키울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도 문제아가 되는 일은 피해야 되지 않겠는가.


물론 우리중 아무도 알면서 의식적으로 자녀를 비뚤어지고 사회에서 실패하도록 키우는 부모는 없다. 다만 우리가 한국사회에서 배워왔던 예전 자녀교육 방법이 미국에서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 자녀들의 성장과정에도 적합한지를 연구해 보지않고 키우는데 문제가 있다. 사업에만 전념하고, 명령하고, 윽박지르고, 무조건 권위적이고, 매질하는 등등은 부모가 의도했던 방향과는 전혀 반대 방향으로 자녀들을 밀어 넣게된다.

모든 지식의 습득이 시간과 정력의 투자를 요구하는 것처럼 자녀를 성공적으로 키우는 일도 사람의 인식뇌와 감정뇌를 이해하는 과학의 지식이 필요되며 이일을 위해 시간과 정력의 투자를 요구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이들의 문제는 "엊그제까지는 아주 착한 아이였는데" "어제 우연히 나쁜 친구를 만나서" 갑자기 생기는 일이 아니다. ‘나쁜 친구’를 만났을 때, 내쪽에서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영향을 받도록, 또는 ‘나쁜 친구’에 빠질 수 있도록 오랫동안 키워진 결과에서 오는 일이다.

자녀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며, 자체성을 일깨워 주며, 독립성을 키워주며,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어 창조력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키워준다는 것 즉 자녀들의 두뇌와 감성지능의 발달을 이해하며 그 발달과정에 맞추어 적응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된다는 일은 자녀들의 정신질환을 예방하며 장래 성공의 기초를 견고히 세워주는 부모가 된다는 말이다. 이를 배우기 위해 어떤 Ph.D. 과정이 필요하거나 생업을 전폐하는 일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모로서 생활의 우선 순위를 세우며 시간과 정력을 투자하는 일은 자녀의 장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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