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수정헌법 2조는 “잘 규제된 민병대는 국가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에 총기를 보유할 국민의 자유가 침해되서는 안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세계 각국 헌법을 살펴봐도 국민이 총을 가질 권리를 종교와 언론의 자유 바로 밑에 헌법으로 못박아 강조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을 빼고 거의 없다. 미국이 독립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잘 조직된 민병대 덕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낀 건국의 아버지들이 후일 독재자가 나타나 자유를 억압하려 할 때 이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의 손에 무기를 쥐어주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유와 총기, 민주주의와의 관계는 뿌리가 깊다. 고대 그리스의 주력부대는 ‘호프라이트’(hoplite)라고 불리는 중장보병이었다. 이들은 정부가 주는 무기를 들고 싸우는 징집병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무기를 가지고 나와 싸우고 전쟁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민병대 성격이 강했다.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꽃핀 것은 이들의 창칼 덕이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미국에서 여성이 제일 먼저 참정권을 획득한 곳은 와이오밍이다. 황무지를 개척하고 인디언의 습격을 막기 위해 똑같이 총을 들고 싸웠는데 왜 정치적 발언권을 주지 않느냐는 여성들의 말발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5일 샌디에고 인근 샌타나 고교에서 한 학생이 총기를 난사, 10여명이 사상당한 후 이를 모방한 듯 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7일 펜실베니아의 한 가톨릭 학교에서는 여학생이 동료 여학생에게 총을 쏴 중상을 입혔으며 남가주 트웨티나인 팜스에서는 2명의 학생이 급우들을 쏴 죽이겠다고 위협하다 체포됐다. 이들 학생 집에서는 총기와 사살자 명단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6일에도 남가주 페리스에서 두학생이 같은 이유로 연행됐다. 샌타나고에서 난동을 부린 앤디는 아버지 서랍 속에 있는 권총을 꺼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 청소년들의 총기 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해 동안 일본에서는 총기사고로 죽는 아동이 한명도 없으며 영국 19명, 독일 57, 프랑스 109, 캐나다 153명인데 반해 미국은 무려 5,285명에 달한다.
교내 총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거론되는 것이 수정헌법 2조다. 총기 소유 옹호론자는 이를 근거로 총기에 대한 어떤 규제도 반대하고 있으며 규제론자들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 헌법 조항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쪽 다 이 조항의 근본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미국은 독립전쟁과 서부 개척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총기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 이를 하루 아침에 없애자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그렇다고 총기에 대한 일체의 규제가 불가하다는 주장 또한 억지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은 지각이 있는 성인이 치안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 수 있다는 것이지 철모르는 10대가 카우보이처럼 총기를 휘두를 권리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