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뮤니티 왜 젊은 층을 외면하는가

2001-03-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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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 김<글렌데일>

나는 1.5세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내가 1세 때 우리 가족이 한국에서 이곳으로 이주한 후 LA 지역에서 살아왔다.

대학을 졸업한 후 나는 코리아타운에서 혹은 LA에 소재한 한국 회사들에서 일해 왔다. 그래서 LA 코리안 커뮤니티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다른 코리안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상당히 잘 아는 편이다.

언젠가 내 친구의 어머니가 LA 코리아타운에 왜 1.5세 지도자들이 없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나의 친구와 나는 어머니에게 왜 ‘우리’ 1.5세들이 코리아타운을 전염병 피하듯 피하는지를 설명했다.


디스코텍이나 한국 식당 등 코리아타운이 제공하는 쾌적함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코리아타운과 다른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코리아타운을 잘 아는 우리 1.5세나 2세들이 일반적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는 바이다.

우리가 그런 의견을 갖는 것은 우리 중 많은 수가 코리아타운과 코리안 커뮤니티에서의 경험을 통해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코리안 커뮤니티에서 1.5세, 2세들은 1세나 한국 유학생들에 의해 조종당하고, 이용당하고, 악용당하곤 한다. 한인 사업가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우리를 착취하고, 유학생들은 자기 논문을 써달라거나 영주권 목적의 위장 결혼용으로 우리를 이용하고, 한국 교회들은 젊고 순진한 한인 대학생들을 모아 복음화 하기 위해 우리를 이용한다. 또 한국 기업은 기업공금을 횡령해 한국으로 빼돌리고 나서 비난의 표적으로 매니저들을 국외로 쫓아내 버린다. 누가 이런 식으로 악용 당하기를 바라겠는가. 우리 1.5세, 2세들은 코리아타운과 코리안 커뮤니티에서 멀찍이 떨어져 주류사회에서 더 잘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

1992년 LA폭동으로 코리아타운이 공격을 받았을 때, 타운에서는 주류사회에서 커뮤니티를 대표할 수 있도록 영어에 능통하고 주류사회에 정통한 미래의 지도자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말이 많이 있었다. 앤젤라 오와 다른 몇몇 용감한 사람들이 앞으로 나섰다. 미주류사회 미디어와 인종정치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동족을 도우려는 정직하고 선한 의도였다. 당시 타운의 많은 사람들은 그녀를 ‘천사’이자 우리 커뮤니티의 지도자로 칭찬했다. 몇년이 지난 후 그들은 그녀를 건방진 여자라고 부른다.

몇년 지나고 이제 상대적 ‘평화’로 인한 자기 만족에 빠져서 코리안 커뮤니티는 힘들게 배운 LA 폭동의 교훈들을 잊어버리고 있다. 1.5세와 2세가 오만하고 건방지다는 말을 나는 1세들로부터 거의 매일 듣는다. 부분적으로 이 말은 사실이고 우리 중에 못된 친구들이 있기도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냥 아메리칸으로 있는 것뿐인데 그런 문화적 측면을 1세들은 ‘건방져’라는 말로 비난하며 싫어한다.

코리안 커뮤니티의 1세 지도자 대부분은 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가, 어떻게 하면 지갑을 두둑이 채우며 한국 정계에서 높은 자리를 하나 얻어낼 수 있을까에 더 관심이 많다. 코리안 아메리칸의 복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우리의 커뮤니티를 세우고, 보호하고, 발전시키려 할 때, 1.5세, 2세들은 건방지다며 공격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 지도자들이다.

주류사회에서 지지를 얻어내고 정치적 대표를 갖지 않는 한 코리안 커뮤니티는 정치적 풍향이 갑자기 바뀌거나 커뮤니티에 대한 무작위적 폭력사태가 터지면 언제든지 노출되고 피해를 입을 위험을 안고 있다. 뇌물로 돈을 던져주거나 시의원에게 여자를 대주는 일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가 없다. 정치인들이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만들뿐이다.

코리안 커뮤니티는 젊은 층을 껴안고 미래의 지도자로 다듬어야 한다. 그런 노력 없이는 바른 정신 가진 젊은 코리안 아메리칸 지도자 누구도 나서서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하지 않을 것이다.

또 다시 폭동이 나서 화마와 연기에 다시 삼켜진다면 코리안 커뮤니티는 그 교훈을 다시 배우고 눈을 뜨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젊은 코리안 아메리칸 누구도 커뮤니티를 지키려고 나서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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