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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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도 마취활어

2001-03-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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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회에 소주 한잔하고 집에 가는 길에 졸음이 와서 혼난 적이 있는데 미국에서도 살아있는 생선에 마취제를 먹이는 것은 아닐까?"

며칠전 한국에서 활어를 유통시키는 과정에 마취제를 투약한 혐의로 수산업자들이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발표에 따르면 이들 업자들은 병원에서 국소마취용으로 사용되는 아미노향산에틸이라는 마취제를 생선에 투여했다는 것이다. 활어를 마취시키는 이유는 운반하는 과정에 비좁은 수조에 담긴 생선들이 서로 부딪치고 싸움을 벌여 죽거나 상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미국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다. 멕시코에서 수산업을 하는 한 한인이 털어 놓은바에 따르면 그곳에서 잡혀 남가주지역으로 산채로 운송되는 생선이나 랍스터등 어패류등에도 이와 비슷한 약품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랍스터의 경우 마취시키지 않고 운반하다가는 십중팔구 제성질을 못이겨 죽어버리기 때문에 마취제 투여가 필수라는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탓에 한인들도 즐겨찾는 LA일원 중국레스트랑이나 마켓등지에서 판매되는 활어나 랍스터, 새우등은 마취제를 먹인 멕시코산일 가능성이 높다.


마취제가 인체에 큰 해를 끼치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 성분이 잔류된 생선이나 랍스터를 먹은 뒤 운전을 하다가 졸음에 빠져 교통사고를 낼 가능성이 있다. 의약전문가들은 마취제나 수면제는 술과 함께 섭취할 경우 그 약효가 배가 되므로 결코 술과 같이 먹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체에서 알콜을 분해하는 효소중 하나인 MEOS는 약물을 처리하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MEOS는 체내에 들어 온 약물을 분해 처리하는 역할을 맡는데, 거기에 알콜이 들어 오면 알콜 분해와 약의 분해라고 하는 이중의 노동을 강요 당하게 되는 탓에 알콜과 약의 분해가 모두 어중간하게 된채 체내에 남아있게 된다. 다시 말해 약의 효능이 너무 강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알콜 그 자체가 일종의 중추신경을 진정시키는 기능을 갖기 때문에 마취제,수면제에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흔히 먹는 수면제 2~3알을 술과 함께 먹으면 5~6알을 먹는 효과를 가져와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어떤 약이라도 술과 함께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특히 수면제나 마취제와 술을 함께 복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한편 활어라고 해서 반드시 냉동생선보다 싱싱하다고 볼 수는 없다. 좁은 닭장안에 가둬 키운 닭 맛이 방목해 키운 닭 맛만 못하듯이 좁은 수족관안에 살았던 생선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탓에 냉동생선에 비해 오히려 맛이 떨어진다고 일식업소 주방장들은 말하고 있다. 또한 시중에서 팔리는 활어의 경우 대부분 수질오염이 심한 근해에서 잡힌 것이고 청결치 못한 수족관 속에서 병균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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