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빅맥열풍 다시와도…

2001-03-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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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러시움

▶ 박덕만 <편집의원>

클리블랜드 캐발리어스의 파워포워드 크리스 게틀링(33), 1991년 NBA드래프트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1라운드로 뽑힌 뒤 올시즌까지 10년동안 624게임에 출장, 평균 10.7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우수한 선수다. 몸을 아끼지 않는 적극적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NBA 10년경력의 베테란인 그는 원정을 가든 홈경기를 하든 호텔방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이유는 95-96시즌 중반 워리어스에서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된 것을 시작으로 5년동안 7번, 그리고 최근 1년반 사이 무려 4번이나 트레이드를 당했기 때문이다. 언제 다른팀으로 트레이드됐다는 전화를 받을지 모르는데 아파트든 집이든 고정주거가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

게틀링은 ‘너는 우리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구단측 사탕발림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97년 올스타에 선발된 그에게 소속팀 댈러스 매브릭스측은 "너는 우리 가족이다, 선수생활이 끝날때까지 우리팀에 있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말을 철썩같이 믿었던 게틀링은 커스톰홈에 와인 셀러를 만들고 대형 자쿠지를 들여놓는등 어려서부터 그려왔던 ‘드림홈’을 마련한뒤 여생을 그곳에서 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게틀링의 소박한 꿈은 새집의 페인트칠이 채마르기도 전에 깨지고 말았다. 시즌중반 뉴저지 네츠로 팔렸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대까지만해도 농구가 됐든 야구나 풋볼이 됐든 미국의 프로스포츠 팀들은 가족적 분위기를 강조했다. 팀소재 도시의 유지급 인사인 구단주들은 구단운영으로 이익을 얻는다기 보다는 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으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다니다 혹은 고교를 졸업하고 스카웃된 유망주들은 한팀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은퇴를 했다. 물론 성적이 뛰어난 선수들이 연봉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오늘날 같이 심한 격차는 없었다. 선수들의 최고연봉이 100만달러를 넘은 것도 80년대 들어서였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구단주가 동네유지에서 터너,팍스등 대기업으로 바뀌면서 가족적 분위기가 사라졌다. 구단운영이 철저한 비즈니스 차원에서 이루어지게 됐고 선수들은 상품으로 취급받는 추세가 왔다. 우수한 상품의 확보에 구단들이 경쟁적으로 나서다 보니 선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텍사스 레인저스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2억5200만달러 10년계약은 80년대 수준과 비교할 때 100배쯤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운동선수들도 능력에 따라 연봉을 많이 받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터무니 없게 값이 오르다보니 부작용이 생겼다. LA다저스의 게리 셰필드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프랭크 타머스 파문으로 메이저리그 야구가 스프링캠프 벽두부터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두선수 모두 1,000만달러대의 엄청난 연봉을 받고있는데도 불구하고 로드리게스의 연봉과 비교할때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된 탓이다.

게다가 셰필드는 ESPN-TV와의 인터뷰에서 구단내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함으로써 메이저리그 선수들 사이에 자칫 인종갈등이 야기될 소지를 만들었다. 1,000만달러대의 연봉도 부족하다고 ‘계약갱신 아니면 트레이드’를 요구한 셰필드나 타머스 그리고 연봉과 관련해 불만을 터뜨린 시카고 컵스의 새미 소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배리 반즈등이 모두 유색인종인데 반해 마크 맥과이어등 이들의 탐욕을 비난하고 나선 선수들은 대부분 백인이라는 사실도 심상치 않다. 맥과이어는 자신의 상품가치에 비해 헐값(?)인 1,500만달러 연봉에 소속팀 카디널스와 계약연장을 했다.

90년대 선수노조 파업과 구단주측 락아웃 사태를 겪는 바람에 팬들의 관심이 식었던 메이저리그 야구가 오늘날 제 위치를 찾은 것은 순전히 마크 맥과이어의 홈런포 덕분이다. 구단주와 선수들이 이처럼 소모적이고 짜증나는 밥그릇 싸움을 계속할 경우 맥과이어의 홈런포가 재가동된다고 해도 메이저리그를 외면하는 팬들이 많아질 것이다. 새벽부터 밤중까지 일해야 연2만달러도 손에쥐기가 어려운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하늘 높은줄 모르는 프로스포츠 연봉 싸움은 박탈감을 넘어 허탈감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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