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식당에서의 불쾌한 경험

2001-03-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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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

지난 1일 삼일절 LA의 하늘은 오랜만에 해를 비치었다. 맑은 날을 뒤로하고 한인타운 내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한 스테이크 전문식당에 12시쯤 손님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1층에는 이미 20여개의 테이블이 백인 손님들로 가득 차 2층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이전에도 몇 차례 가보아 잘 알고 있는 스테이크 메뉴를 손님과 함께 2개 주문하고 기다렸다. 15~20분 후에 받은 음식에는 T-본을 경계로 양쪽에 고루 있어야 할 고기 부분이 한쪽 부분만이 아주 조금 있는 정도여서 다시 같은 것으로 주문을 하였고 함께 간 손님의 식사는 플레이트 부분이 거의 검게 타서 나온 상태라 역시 재주문을 요구했다.

그런데 웨이터가 음식이 이상없이 맞게 나온 것이라 우기는 바람에 매니저를 요청했고 잠시 후 주인이 테이블로 와서는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려 했다. 정상적인 식사가 아닌 것을 불평하며 다시 같은 종류의 식사를 주문하자 자기네 음식은 원래 이렇게 나오는 것이고, 바닥이 탄 것은 시즐링 플레이트이기 때문에 당연히 타서 나오는 것이니 다시 시켜도 마찬가지라며 다른 것을 주문하라고 했다.


주인은 사과보다는 자기네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는 오지 않아도 좋다는 너무나도 기막힌 태도였다. 돈 쓰며 미국인에게 무시 받은 것같아 그날의 중요한 식사가 상당히 불쾌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식사를 하면서 함께 간 손님과 과연 우리가 백인이었고, 똑같은 불평을 했어도 같은 대우를 받았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분을 삭이며 이래저래 매우 불쾌한 식사를 마쳤다.

사무실로 와서는 그래도 미안하다는 사과는 받아야 하겠기에 식당에 전화를 했고 정중하게 오늘의 상황에서는 내가 잘못 대우를 받아 기분이 상했으니 간단한 사과라도 하길 원한다고 했다. 그러자 주인은 “우리는 좋은 식당이고, 좋은 고기만을 쓰는 집이다. 사과할 이유가 없다. 우리 음식이 싫으면 다시는 오지 말라”는 말을 끝으로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는 게 아닌 가.

영어를 불편함 없이 한다는 내게도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어눌한 영어를 사용하는 다른 한국인에게는 어떻게 대할까 생각을 하니 분통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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