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식<재미육사 동창회 사무총장·예비역 육군소장>
오는 7일 한미정상회담이 남북한은 물론 강대국들의 초미의 관심 속에 열리게 된다. 얼마 전까지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은 미국 민주당 정부의 지지를 받아왔다. 그런데 새로 출범한 공화당 정부는 무조건 퍼주는 것은 안되고 반드시 기브 엔드 테이크가 되어야 한다는 상반된 대북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조율이 될까 걱정된다.
지정학적으로 반도의 국가들은 항상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팽창에 따라 충돌지역이 되거나 육교역할이 되어왔다. 한반도의 경우를 보면 항상 양대세력중 어느 한 쪽의 세력을 업거나 강제 흡수당하거나 해서 승패에 관계없이 자원과 인력을 물론 정신문화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피해를 입어 왔다. 5천년 역사에 7백여 회의 침략을 받아왔으니 한반도에 무엇이 남아났겠는가.
이러한 경향의 관념은 일제가 식민지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한반도의 침략을 합리화시키려고 36년간 우리 백성들에게 주입시켰던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즉 일본학자들은 “반도라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한국의 역사 또는 민족은 부수성, 주변성, 사대성 등으로써 설명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억지 주장에 대해서 우리의 학자들은 물론 세계의 학자 다수는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물론 지리적 조건은 그 나라의 역사 발전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러나 반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역사가 못난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숙명론은 잘못된 해석이다. 지리적인 조건은 하나의 여건으로 도리어 우리는 거기에서 어떻게 살아나가려고 노력했으며, 또 어떻게 해서 이겨나갔는가를 문제삼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오히려 반도에서 살아온 민족이었기 때문에 진출과 투쟁으로써 생명이 뚜렷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는 반론이다. 이탈리아반도에 속한 로마제국을 우리는 면밀히 분석하여 참고할 필요가 있다.
BC 5세기 중엽 로마의 면적은 약200㎢였다. 이 조그마한 국가가 BC 2세기 초엽에는 영토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제외한 전 유럽과 동쪽으로 그리스, 터키, 이란, 러시아의 카프가즈까지, 남쪽으로는 지중해의 모든 섬과 이집트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지중해 연안국가들까지 포함한 방대한 면적의 대로마제국을 시민 총력의 군사력으로 건설했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한민족은 기죽지 말고 꿈을 키워야 한다.
한민족도 대륙세력인 송나라 군사와 싸우지 않고 담판하여 물리친 서희장군의 지혜와 해양세력인 왜군을 적은 병력으로 격파한 이순신 장군의 백의정신을 민족의 긍지로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한국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세계사적 교훈과 우리 조상의 행적을 통찰하여 중심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아울러 강대국들도 분단 반세기의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의 고통을 깊이 배려하여 주었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한반도의 문제는 초강대국들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으며 생존조차 어렵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다.
팔만대장경에 “태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낮추어라”라는 말씀이 있다. 초강대국들과의 외교에 행동철학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어 이 경구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