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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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지놈 지도의 충격파

2001-03-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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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병렬<교육가>

지놈(genome), 유전체의 지도가 완성되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소위 판도라의 상자를 연것으로 볼 수 있는 이번 연구 결과는 종전에 가졌던 생각을 바꿔놓기도 하고, 그렇다면 ‘사람’은 과연 무엇이냐는 의문을 더욱 깊게도 한다. 인간이란 생명체를 분석하여 구성요소인 유전체를 찾아냈지만, 인간은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인간의 유전자 수가 초파리의 두 배가 넘는 2만6,000에서 4만개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의외이다. 이 점에 대하여 생명체의 복잡성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의 숫자가 아니라 그 기능이라는 해석이 타당성을 지닌다고 본다.

유전자의 숫자가 동일하더라도 고등생물일수록 유전자의 기능이 복합적이어서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유전자가 한 종류의 단백질만 만들어내고, 하나의 기능만 수행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린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래도 인간은 만물의 영장(靈長)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모든 사람은 99%가 같고 1%만 다르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세계 인구 60억 이상 중에서 똑같은 사람이 전연 없는 이유는 1%의 차이 때문인 것이다. 이 경우의 1%의 무게를 느끼면서 신비스러운 감회에 젖는다.

또한 그만큼의 차이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각종 차별이 우스워진다. 인종, 빈부, 지능의 우열, 외모의 미추, 체력의 강약 등에 따르는 비인간적인 차별이 하찮은 것임을 알려준다. 하나의 생명체로 대동소이한 인간들이 서로 차별한다는 것은 심심풀이로 하는 도토리 키대보기로 느껴진다.

또 자기 복제를 위해 기생하는 박테리아가 지놈 안에 자생하면서 결과적으로 다양한 단백질들의 기능을 도와줌으로써 인간의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발견도 매우 흥미롭다. 여기에 관해서도 지놈 지도가 발표되었지만 아직도 미스테리의 부분이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세계적인 규모로 이루어진 생명공학 연구팀의 분석 결과는 우리 생활에 어떠한 공헌을 할 것인가.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지놈에 대한 분석 작업이 난치의 질병 치료와 의학의 획기적인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의학이 발달하였다고 하지만 아직도 병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치료 방법이 개발되지 않거나 적절한 약품이 없어서 병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치료 방법에 지놈 지도의 역할이 크기를 바란다.

이토록 긍정적인 기대가 있는 반면에는 부정적인 면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교통수단의 발달이 교통 사고의 원인이 되는 것과도 같은 현상일 것이다.

개인의 건강 정보는 마치 학력, 경력, 은행 잔고, 세금 납부 현황처럼 필요없이 공개하고 싶지 않은 개인의 신상 명세서이다. 만일 이것이 취직할 때의 구비서류가 된다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직장인 선발하는 사람은 유전자를 참고로 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회사에서는 개인의 건강 정보에 따라 가입자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다면 일반인들의 사회생활은 또 하나의 차별대우를 면치 못할 것이다.


결혼시에도 건강 정보 제시가 현재 실시되고 있는 혈액검사 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는 장단점이 있을 것같다. 우생학적으로 좋은 다음 세대를 얻는 데는 효과적일 것이지만 사랑 지상주의자들에게는 하나의 장애요소가 될 수도 있겠다.

하여튼 지놈 지도의 발표는 생명공학연구팀의 개가이다. 21세기가 생명공학의시대임을 말하고 있다. 우리 자신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얻을 수 있음은 일말의 불안감과 함께 느끼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이처럼 첨단 과학은 시간을 다투며 우주를 날고 일반인이 그 학설을 이해 하려면 머리를 싸매야 한다. 여기에 따라 인간 복제도 가속화 될 전망이다.

여기서 과학의 윤리성을 찾게 된다. 과학의 발달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반사회적인 것, 반 인간적인 것의 창출은 과학의 진보 발전이 아니고 퇴보를 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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