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리석은 가주 정치인들

2001-03-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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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월스트릿저널 사설)

지난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가주 전력난은 이곳이 미국에서 가장 번영하는 주인지 제3세계의 일부인지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위기 대처 능력이 없는 가주 정치인들은 늑장만 부리고 있고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가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것을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데이비스 안은 지금 유틸리티사가 갖고 있는 2만6,000마일의 송전선을 주정부가 인수하고 130억 달러의 공채를 발행, 이들 회사의 채무를 떠맡겠다는 것이다. 이 안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다.

가주민들은 현재 세 가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첫째는 현재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다.


데이비스 주지사는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정전사태를 위기라고 보지 않고 있으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만이 아니다. LA타임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주민의 57%가 전력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둘째는 또 문제가 있더라고 그것이 가주민 탓이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데이비스는 전력 공급자들은 해적이라고 부르며 공격했다. 그리고는 연방정부에 삿대질을 해가며 전력 공급자들이 가주에 계속 전기를 강제로 팔도록 해달라고 명령할 것을 요구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그 말을 들어 줬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를 2주만 연장했을뿐 그 이상의 요구는 거부했다. 가주가 자신의 전력난을 메우기 위해 타주 전기를 끌어다 쓰는 바람에 오리건등 인근 주마저 전력이 모자라는 사태를 빚고 있다.

셋째는 가주민들은 또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믿는 것이다. 그러나 가주민 57%와 주지사의 의견과는 달리 가주는 지금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전기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공급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주의 엉터리 가격 자유화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으며 이제는 이를 해결하는 길까지 막고 있다. 소매가를 묶어 놓고 도매가만 자유화하는 바람에 공급이 계속 딸리건만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전력난을 해결하려는 데이비스의 방법은 지극히 잘못돼 있다. 가주 의회는 100억 달러어치 전기를 사고 공급자들과 장기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문제를 풀려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기 시장에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는 것으로 전력난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해 좋은 결과가 나온 적이 없다. 가주 수자원국이 값싼 전기를 모두 사버리는 바람에 파산위기에 처한 전기회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전기를 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낮은 가격으로 전기를 사기로 한 장기계약도 전체 전기 소비량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며 그나마 올 10월이나 돼야 적용된다.

송전선을 사겠다는 데이비스의 계획은 주정부가 전기 시장에 깊숙이 빠져 들게 할 뿐이다. 역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가주 송전 시스템은 낡고 불충분할 뿐 아니라 이를 위해 주정부는 45억달러의 추가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전력난이 여러 달째 계속되면서 지칠 줄 모르던 가주 경기가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주의 대량 해고율이 전국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얼마 전까지 2.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던 올 경제성장률은 1%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낙농업을 비롯한 농업은 연료비 폭등으로 심한 타격을 받았으며 가주를 떠나려는 업자는 계속 늘고 있다. 정작 우려되는 것은 이런 사태가 전기 수요가 가장 많은 여름이 되기도 전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데이비스와 주의회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을 회피하고 있다. 그것은 소매가를 자유화하는 것이다. 데이비스는 “그런 식으로라면 벌써 20분만에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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