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PGA 코리안 파이오니어

2001-03-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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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우 <스포츠부 차장대우>

PGA투어 최경주(32)의 상승세가 대단하다. 올해 투산오픈에서 공동 5위를 차지해 생애 최고성적을 올렸는가 하면 뷰익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와 현재 진행중인 제뉴이티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는 각각 자신의 PGA투어 최저타 기록인 7언더파 65타를 몰아치며 4위까지 치고 올라가 우승마저 넘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서부지역에서 벌어진 시즌 오프닝 5개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 50위 내에 오르며 벌써 18만달러가 넘는 상금을 벌어들여 상금랭킹 50위에 올랐다. 출전대회마다 컷을 넘는데 급급해야 했던 지난해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LPGA에서는 한인선수들이 심심지 않게 우승을 하는 마당에 상위권 몇번 오른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PGA투어와 LPGA투어는 상금 액수나 지명도, 팬 관심도에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만큼이나 큰 격차가 있다. LPGA를 깎아 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 양 투어를 비교할 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차이로 선수층과 경쟁력이 있다. 남성골퍼수가 여성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현실에서 PGA의 선수층이 훨씬 두껍고 경쟁도 치열한 것이 당연하다. 다른 차이는 제쳐두고 정상에 오르기 위해 넘어야할 벽만 생각할 때 최경주의 도전이 LPGA 한인선수들에 비해 훨씬 어렵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만큼 힘든 도전을 하기에 좋은 성과가 더욱 빛나는 것이다.

최경주는 지난해 대회마다 어려운 경기를 펼치면서 "매번 생소한 코스에서 플레이하다보니 경기하기가 어렵다"고 고전이유를 밝혔다. 계속 같은 이유를 대니 일부에서는 변명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 것 같다. 하지만 최경주는 올해 나가는 대회마다 지난해와는 월등 좋아진 모습을 보이며 지난해의 변명(?)이 변명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는 한술에 배 부르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꾸준한 도전을 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럼에도 불구, 초반 눈부신 선전은 그가 단순히 PGA투어 한인선구자 역할을 넘어 정상을 넘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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