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영사관이 수습에 나서라

2001-03-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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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LA 한인사회에서 단체라는 이름으로 되어 가는 일을 보노라면 한인 단체들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에 빠지게 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2002년 월드컵 남가주 후원회를 둘러싸고 유관 단체들이 연출하고 있는 해프닝이 그렇다. 월드컵 후원 문제를 놓고 단체장이라는 사람들이 왜 그처럼 갈라져 싸우는 추태를 보여야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28일 저녁 한인타운에서 벌어진 사태만 해도 그렇다. 2002년 월드컵 남가주 후원의 밤 행사가 한국과 월드컵 공동 주최국인 일본 영사관, LA시 관계자등 외국 인사들도 초청된 가운데 타운에서 열린 시간에 LA 한인회는 별도로 단체장들을 모아놓고 월드컵 후원회 집행부 확대 개편안에, 또 상임 공동회장 재선출 방안을 논의해서 하는 말이다.

이 시비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해 8월 당시 한국 월드컵 조직위원장인 박세직씨는 50여명의 한인 단체장들이 참석한 총영사관 만찬에서 4명 타운 인사에게 월드컵 남가주 후원회 공동 위원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박 조직위 위원장은 김명배 전 총영사의 추천에 따라 스칼렛 엄씨를 상임 공동위원장 임명장을 주었다. 그동안 별 잡음이 없던 후원회는 LA 한인회가 돌연 정통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섬으로써 갈등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월드컵 남가주 후원회는 한국과 연계된 시한부 단체다. 50여만 남가주 한인 전체의 동의 하에 조직되지도 않았다. 그런 만큼 그 시비에 끼여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다. 한꺼풀 까뒤집고 보면 사실에 있어 치졸한 얼굴내기에, 개인 감정에서 비롯된 시비를 ‘전체 한인 사회의 뜻이 어쩌고 하는 식’으로 포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도 지겨워서 하는 말이다.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총영사관의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총영사관은 월드컵 남가주 후원회 탄생에 직·간접적으로 깊숙이 간여해 왔다. 이런 총영사관이 갈등이 확산되자 ‘단체간의 문제이므로 나설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본국의 정치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박세직씨가 실세하니까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태도로 보인다.

월드컵은 세계의 축제다. 그 만큼 세계적 관심사다. 이 월드컵 후원을 놓고 일부 단체들이 싸움을 벌여 한인 사회 전체가 망신을 당할 판이다. 아니, 한국이 망신을 당할 판이다. 총영사관은 시비의 발단이 되고 있는 후원회의 정통성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과 함께 사태수습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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