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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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대륙

2001-03-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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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시간에 남미와 아프리카의 해안선이 신기할 정도로 딱 들어맞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영국 경험론의 아버지 프랜시스 베이컨도 이 문제에 호기심을 갖고 연구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대륙이동설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레드 베게너다. 1912년 그는 두 대륙의 해안선이 일치할 뿐 아니라 지층구조마저 유사한 점을 들어 한때는 아프리카와 남미가 한데 붙어 있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그의 주장은 ‘땅덩어리가 어떻게 바다를 건너갈 수 있느냐’는 비웃음만 받았다.

그의 학설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1960년대 이후 지구 내부의 구조가 잘 알려지면서부터다. 땅 깊숙이 있는 맨틀층은 아직도 바위가 녹은 상태로 움직이고 있으며 그 이동에 따라 얼마든지 지각도 흔들릴 수 있음이 판명됐다. 또 해저탐사를 통해 대서양 한 가운데 야구공을 이은 것 같은 선이 존재하며 이 선을 경계로 매년 손톱이 자라는 속도만큼 남미와 아프리카 대륙이 멀어져 가고 있음도 확인된 상태다. 지구 표면이 수십개의 판(plate)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들이 쉴새 없이 움직이는 바람에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28일 리히터 진도 6.8의 강진이 시애틀 일대를 흔들었다. 현재까지 수십명이 부상당하고 수많은 건물이 파손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72명이 죽고 400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났던 94년 노스리지 지진 강도가 6.7이었으니까 강도는 비슷하지만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지하 50마일 정도 깊이에서 일어났다며 표면 부근에서 발생했더라면 노스리지에 못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이 미국 지진은 가주에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난 100년간 10대 지진중 가주에서 일어난 것은 1건에 불과하고 8건은 알래스카에서 발생했다. 판과 판이 자주 부딪치는 바닷가 근처는 대체로 위험하다. 지진이 빈발하는 해안지역에 세계 인구의 1/3이 살고 있고 이 지역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어 대지진이 발생할 때 피해자수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건물을 지을 때 지진 보강공사를 의무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수년 사이 터키, 대만, 인도등지에서 잇달아 강진이 발생, 남가주에서도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으나 전문가들은 타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이 다른 지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다며 이는 기우라고 밝히고 있다. 아직도 언제 어디서 지진이 발생할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애틀 지진을 계기로 남가주에 사는 우리들은 비상식량과 구급품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에 비치돼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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