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영사관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2001-02-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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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주<한국인권문제연구소 상임고문>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남가주후원회 조직에 대해 총영사관에서는 뒷짐을 지고 있는 것 같아 한마디한다.

첫째,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는 국가적행사이므로 정부기관인 총영사관이 방관할 수 없다. 내년 5월31일 한국과 일본에서 개막되는 월드컵축구대회는 이웃 나라인 일본과 함께 한국에 주어진 경축할 만한 국제적인 제전이다. 더욱이 한국조직위원회는 국민의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번 대회를 남북한 여러도시에서 개최함으로써 민족화해의 계기로 삼으려고 북한당국과 교섭중에 있다.

따라서 한일간의 친선은 물론 2000년 6월15일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이 대회를 화해와 남북간의 교류협력의 마당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


둘째,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남가주후원회조직을 총영사관에서 그동안 지원해왔다. 지난 1999년 태동되었던 남가주후원회 조직은 한국조직위원회가 주도해왔으며 작년 8월 7일 총영사관 관저에서 김명배총영사 입회하에 박세직조직위원장이 4명의 공동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그자리에는 50여명의 한인단체장들이 참석했다. 박세직위원장은 김총영사의 추천에 따라 스칼렛 엄씨를 상임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해 임명장까지 주었다.

셋째,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남가주후원회 발대식은 신임총영사의 부임을 기다려 오는 28일 관계자들과 한인사회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될 예정이다. 본래 남가주후원회는 2월초에 발대식을 열 계획이었으나 영사관측이 국가적행사이므로 신임총영사가 참석할 수 있도록 연기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이렇게 정한 것이다.

넷째,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현 남가주후원회가 ‘박세직씨 사조직이다’ 또는 ‘본국조직위원회에서 바라지도 않는데 모금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는 ‘한인회가 중심이 되어 다시 조직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돌았고 지난 22일 낮에는 L.A한인회에서 소집한 단체장회의가 열려 후원회조직을 두고 중구난방내지 설왕설래의 마당을 이룬 뒤 양편이 서로 협상을 벌여 하나의 포괄적인 조직으로 만들라는 비책을 내놓고 헤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분쟁과정에서 남가주후원회 조직의 지도기관인 총영사관은 뚜렷한 책임있는 입장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혼돈을 더욱 높여가고 있다.

이 지역 동포사회의 일원으로서 내가 바라는 것은 하루속히 총영사관이 진상조상에 나서서 사실을 밝히고 분명한 입장을 취하는 일이다. 듣기에는 신임총영사가 남가주후원회에 28일 행사 프로그램책자에 실릴 총영사축사를 보내주지 않고 있는데다 2002년 월드컵 공동주최국인 일본 총영사는 참석할 예정인데 우리 총영사의 참석여부가 아직도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다. 총영사관측의 무능 또는 무성의로 조국인 한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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