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다릴줄 모르는 한인들

2001-02-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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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효원

‘하늘은 기다릴 줄 안다’는 영화를 보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차에 치어서 갑자기 죽어 버린 청년이 저승 명부에 적혀있는 날짜보다 너무 일찍왔다고 하면서 이승으로 다시 돌려보내진다. 이 청년은 이승의 여러사람들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요상한 일들을 벌인다.

노인들의 기도에 관한 우스개 소리중의 하나는 ‘하나님 다른 사람들은 다 기억해 주시고, 나는 좀 잊고 계십시오’라고 하는 것이다. 천국이 좋긴 하지만 구태여 일찍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며칠전 어느 한인경영 호텔에 갔다가 기분나쁜 일을 당했다. 호텔 문을 나서는데 내가 채 문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어떤 청년이 비에 젖은 우산을 들고 황급히 문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 청년의 우산이 몸에 닿아서 내 옷이 젖고 말았다. 나는 그 청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속으로 여간 기분 나쁜 것이 아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청년은 자기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피해와 기분을 야기시켰는지 전혀 모르던지 또는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남미나 미국의 여론조사에서 제일 싫어하는 민족중의 하나는 한국인이라고 되어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고 이 넓고 풍요로운 미국에 와서까지 그렇게까지 조바심을 내야하는지 이해할수 없다. 우리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천국에도 천천히 가고, 남에게 욕도 먹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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