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건강한 대화법 T-H-I-N-K

2001-02-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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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덕<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교수>

최근에 직장에서 동료의 말 한마디가 학과에 물의를 일으켜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은 적이 있다. 미리 대책 하였더라면 쉽게 일이 해결될 수 있었는데 동료들끼리 깊은 대화가 없었기에 미리 방지하지 못하고 뒤늦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생긴 것이다.

성격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 일을 하다 보면 의견차이 때문에 서로 부딪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견충돌의 원인은 대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긴 때문이다. 사실이 아닌 말을 한다던가, 충분한 정보가 없이 말을 한다던가, 필요없는 말을 한다던가, 불친절하게 말 한다던가 하여 오해로 의견충돌이 시작된다. 서로의 마음을 감지하지 못한 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여 통화할 때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대중통화시스템이 지금처럼 발달된 시대는 없을 것이다. 지구촌 구석에서 일어나는 자그마한 일마저 즉시 알게 되고, 인터넷과 전자 통신을 사용하여 세계 어느 곳에 살고 있던지 쉽게 연결이 되어 통신이 가능하다. 어른이나 아이나 이동 전화를 갖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이처럼 서로간에 연결이 잘되어있는데, 이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늘어가고, 부모와 자녀관계가 깨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통화는 하지만 진정한 대화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미 중서부에서 부모와 자녀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대화하는가 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보도된 적이 있다. 평균 고등학생 자녀와 부모사이에 일주일에 7분 정도의 대화의 시간을 나눈다고 보고하였다. 유치원생 자녀와 아버지가, 눈과 눈을 마주치고 나누는 대화는 하루에 37초라고 한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자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은 대화가 아니다.)

건강한 상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대화의 기회가 가정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는 보고이다. 가정에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는데, 어찌 직장에서 낯선 사람들과 진정한 대화를 나눌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대화를 할 때, 언어 자체는 의사 전달의 10%정도밖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말투나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억양이 40%의 의미를 전달한다고 한다. 몇 년전 한국에서 "잘났다. 잘났어" 라는 말이 유행하였다. 단어 그대로라면 상대를 칭찬하는 말이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의 억양에 따라 상대를 비하하는 의미로 표현된 말이다. 나머지 50% 는 말하는 사람의 표정, 제스처, 태도로 의사가 전달된다고 한다. 진정한 대화는 언어 교환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언어만으로는 10% 정도밖에 의사 전달이 안된다는 소리이다. 소문을 믿지 말라는 말이 된다. 내가 아는 한 분은 자기에 대한 나쁜 말을 삼자를 통하여 듣고 가슴을 앓아 병원에 입원까지 하였다. 직접 당사자와 이야기를 하여도 상대방의 마음을 점지하기가 힘든데, 삼자의 말을 듣고 서운해하고 원한을 사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분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직접 당사자에게 물어 보라. 제삼자가 정확하게 전하여 주는 말도 10%정도의 의미밖에 전달 할 수 없다는 이론을 감안하면 소문 때문에 그리 억울해할 필요도 없지 않는가 싶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소문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꼬인 심보로 전하는 말이기 때문에 소문을 믿지 말고 직접 당사자와 대화하는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 건전한 방법이다. 소문을 듣고 소문으로 대응하는 것은 해결책을 찾는 대화방법이 아니다.

대화하는 좋은 방법들이 많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뜻을 확인하기 위하여, 말을 듣고 나서 다시 묻는다던가, 상대방이 말할 때 딴청 부리지 않고 주의를 집중하여 잘 듣는다던가, 대화하는 중간에 상대가 무슨 말을 하였는가 확인하고 점검하는 등 많은 방법이 있다.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THINK라는 대화 방법이 있다. 말하기 전에, 해야 할 말이 "사실인가 (Truth), 정직한 말인가 (Honest), 정보가 정확한가 (Information), 꼭 필요한 말인가 (Necessary), 친절한 말인가 (Kind)" 하고 점검하는 방법이다. 말하기 전에 이 다섯 가지를 한번 생각해보고 입을 열면 실수를 줄일 수가 있다.

"THINK"는 나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고있다. 순간 순간 나를 점검하는 좋은 도구로 쓰여지고 있다. 항상 잊지 않고 실천하였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함을 고백한다. 때로는 게을러서 때로는 성질이 급해서 말하기 전에 THINK 하지 못하고 말 한 후에 후회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THINK 할 때는 늘 효과를 보곤 한다.

건강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THINK 방법을 사용해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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