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신건강 잃기 쉬운 이민생활

2001-02-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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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민교<소아정신과의사>

폭력과 자살은 사회와 가정의 악이다. 사회의 안녕과 가정의 평화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다.

그러나 요즈음 한국에서나,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땅에서 점차로 빈번히 접하게 됨으로, 이를 예방하며, 치료하기 위한 조치가 개인적으로 범국민적 또 국가적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려되고 시행되어야 겠다.

지난해 일어난 휴스턴 박기영씨의 엽기적 살인행위와 자살 사건은 우리의 경각심을 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는 한인 1세로 미군에도 근무했으나 도박으로 그의 재산을 탕진하고, 의처증까지 생겨서 가정의 파탄을 가져 오게 됐으며, 급기야는 무고한 네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살상을 했고, 스스로도 목숨을 끓는 불행한 삶을 마쳤다. 여기에 몇가지 문제점을 제기해 본다. 왜 박씨는 도박으로 재산을 날리게 되었을까. 또 왜 그는 의처증을 일으키게 되었나 하는 것이다.


도박은 마약과 같이 습관성으로 일단 시작하게 되면 더욱더 깊이 빠지게 된다. 도박은 인간의 취약성을 감춰주고, 잠정적으로 잊게 해주는 마약의 특성을 가졌다고 볼수 있다. 어느 정도 인생의 성취점에 이르면, 가상적인 성취욕을 만족시켜 주는 도박은 게임이나, 유흥의 경지를 넘게 되는 것이다.

이때는 이미 파멸의 경지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투기를 좋아하는 사람, 우울증, 착란증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한인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도박성게임에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즐길만 할 때, 끊을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인간은 시기, 질투, 소유욕과 같은 원천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의처증은 합리적 사고를 잃게 될 때, 어떤 남자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망상의 증세라고 볼 수 있다. 자기 발전의 노력을 멈출 때, 열등감이 점차로 커질 때,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오기 시작할 때 극심한 자기 당착에 빠질 때 주위 환경에 계속 적응해야 하는 이민자들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피해 망상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이때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많은 의처증 환자들은 거의 근거 없는 배우자의 불성실, 부정을 표적으로 삼게 마련이다.

본인 스스로가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주위에서 권고해도 듣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족 단위에서부터, 빨리 이런 증상을 구별해 낼 수 있어야 하는 교육 정보가 필요하다. 친지나 친구들이 좋은 넷트웍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섣불리 충고하거나 비판함은 금물이다.


한인 사회는 적극적으로 이런 분야에 더욱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을 초청, 세미나를 통해 교육과 선도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교회나 종교 단체들이 쉽사리 이러한 문제들을 계도하며, 진실로 도움을 줄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이민1세의 고령화는 스스로에 대한 폭력 즉 자살에 관한 문제가 대두될 수 있으므로, 우울증 증세를 초기에 가려내, 만년의 평안한 삶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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