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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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사면은 이스라엘 작품

2001-02-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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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요시 멜만 (LA타임스 기고)

1984년 미법무부는 이스라엘측에 이스라엘 시민권자인 마크 리치가 이스라엘에 입국할 경우 체포해 줄 것을 요청하는 ‘적색 경보’를 보냈다. 10년 뒤인 1994년 이스라엘 법무부는 공식적으로 이를 거부했다. 당시 이스라엘 법무장관이었던 마이클 벤-예어는 최근에 와서야 거부 이유를 "적색경보 이후 정식 추방 요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궁색하게 설명했다. 자신들이 보기에는 리치가 ‘사기범’이 아니라 ‘경제사범’이기 때문에 미-이스라엘 양국간의 추방 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법무부 소식통의 이야기는 벤-예어의 주장과는 다르다. 당시 리치가 이스라엘의 저명 변호사들에게 수십만달러를 들여 미국측 인도요청을 거절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리치가 돈을 준 변호사중에는 종교장관을 지낸 애브너 하이-샤키, 후에 재무장관이 된 야코브 니만, 이스라엘 정보부인 모사드의 법률고문 암논 골든버그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당시 미법무부는 이스라엘측에 항의를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스라엘측 입장은 확고했고 리치는 미국측에 인도되지 않았다.

이 에피소드는 이스라엘의 정치인들이 얼마만큼 돈의 위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좋은 증거이며 이번 클린턴의 리치 사면에 이스라엘이 개입돼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준다. 클린턴도 이스라엘 정부가 리치와 그 파트너 핀커스 그린을 사면해 주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측은 클린턴이 자신의 사면행위에 대한 책임을 이스라엘에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에후드 바락 총리, 쉴로모 벤-아미 외상 등 이스라엘 각계각층의 인사 50여명이 리치의 사면을 요청하는 편지를 클린턴에게 보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난 1970년대 리치와 그린은 이스라엘에 석유를 공급했다. 당시 리치는 현물시장이나 아랍국가들로부터 석유를 사들여 그들이 모르게끔 이스라엘에 되팔았다. 두사람은 이거래로 갑부가 됐다. 두사람은 지난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이 텔아비브를 강타했을 때 이스라엘에 ‘특수 전략무기’를 제공했다고 이스라엘의 한고위관리가 밝혔다.

리치와 그린은 이스라엘과 각국의 유태커뮤니티를 위해 6000만달러를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사람은 이스라엘을 자신들의 신변안전을 위한 보험으로 활용했다. 그들의 작전과 수천만달러의 돈 덕분에 그들은 클린턴으로부터 사면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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