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클린턴 부부를 버려라

2001-02-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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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밥 허버트 (뉴욕타임스 사설)

언젠가 제니퍼 플라워스가 아칸소주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한 사실을 고백했을 때 클린턴은 "괜찮다"며 가볍게 넘겼다. 클린턴은 이처럼 잘못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민주당은 마치 악마와 계약을 맺은 것처럼 클린턴의 도덕적 문제점을 간과해 왔다. 물론 클린턴은 백악관 주인으로 두 차례나 뽑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먹은 민주당은 상하원의 주도권을 상실했다.

클린턴이 또다시 정치적 스캔들을 일으켰다. 그의 오랜 친구들까지도 그가 그토록 썩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링컨 침실을 돈 받고 빌려줬던 클린턴이 이번에는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밤을 ‘사면 세일’로 보낸 것이다. 사면 세일의 결과는 그 자신뿐 아니라 새로 상원의원이 된 그 아내까지도 파멸시키고 말 것이다. 클린턴이 마침내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클린턴 부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갖은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이번 사면에 뇌물수수에 해당되는 행위가 개입됐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마크 리치는 미국 정부가 수배중인 10대 도망자중 한 명이다. 그는 미 역사상 최고액이라는 4,800만달러의 세금을 탈세한 자이며 이란 인질극 사건 때 이란에 대한 금수조치를 어겼던 인물이다. 클린턴이 리치를 사면해 준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연방검찰이 클린턴의 리치에 대한 사면 결정에 형사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4명의 유대계 탈세범이 힐러리의 상원의원 당선을 도운 대가로 사면을 받았는지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 조사에 의해 클린턴 부부가 쇠고랑을 차게 될지 아닐지는 모른다. 그러나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민주당이 클린턴 부부와의 인연을 끊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그가 정치적 천재, 펀드레이징의 귀재고 그의 청중을 끌어 모으는 재주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잊어버려라. 그가 8년간 대통령을 한 결과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양원의 주도권을 독차지하게 됐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빌 클린턴은 민주당의 혹이다. 이제 과감히 잘라버리는 일만 남았다. 힐러리는 6년의 임기가 남아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그녀에게 민주당을 이끌어갈 역할을 주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이제 중산층, 노동계층을 중심으로 재편성해서 전진해 나가야 하는데 그녀 같이 부정부패로 물들은 인물을 앞에 내세워서는 안 된다. 클린턴 부부는 구제불능의 비윤리적이고 추잡한 사람들이다. 클린턴 부부가 잘못을 시인하고 뉴스의 초점에서 사라지지 않겠다면 민주당으로서는 그들을 과감히 버리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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