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또 고개든 감투싸움

2001-02-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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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는 원래 우리 조상들이 머리에 쓰던 의관의 하나로 벼슬길에 올라야 쓸수 있었다고 해서 지금도 출세의 의미로 널리 쓰여지고 있다. 한국사람들만큼 감투를 좋아하는 민족은 없다. ‘소꼬리’보다는 ‘닭머리’가 되기를 원하는 기질 탓인 것 같다. 정치인들은 고사하고 종교인들까지도 감투를 차지하기 위해 박이 터져가며 싸운다.

관직이 없는 미주한인사회에서는 단체장이 감투다. 그래서 한인사회에 단체가 그리도 많고 한인회장 선거때마다 소송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한인 커뮤니티의 감투싸움이 월드컵후원회와 미주한인 50년사 편찬문제등으로 다시 시작됐다.

월드컵 후원회 문제는 지난달 어느 단체장이 모 주간지를 통해 적법성을 문제삼음으로써 비롯돼 ‘서영석 전한인회장이 선거소송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주는 대가로 스칼렛 엄씨에게 회장자리를 넘겼다’는 소문까지 겹치면서 확산됐다. 한인회에서 한국정부에 조회까지 했다는데 이에 대한 한국정부측 태도도 애매하기 짝이 없다. 문화관광부측 관계자는 한국정부가 공식으로 인정한 단체가 아니라는 해석을 내렸으나 월드컵조직위원회 쪽에는 "2002 월드컵대회 남가주후원회는 조직위가 99년5월 재외공관을 통해 시달한 후원회 지침에 따라 99년9월22일자로 결성된 적법한 단체"라는 내용의 공문을 2월16일자로 LA한인회에 보내왔다.


조직위는 시비의 이슈중 하나인 모금문제에 대해서 "후원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원칙적으로’ 조직위에 대한 재외동포후원금을 접수치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으나 "후원회 자체활동 경비충당을 위해 모금활동을 하는 경우 동포들의 자발적이고 순수한 의사에 따라 모금이 이루어져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이는등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미동포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한인이민 50년사 편찬사업에 한인회,한우회가 시비를 걸고 나선 것도 적지 않은 예산이 지출될 이 사업에 대한 주도권을 다투는 일종의 감투싸움이다. 한인회측은 한미동포재단이 이를 주관하는 것이 월권행위라는 주장을 폈으나 동포재단측은 정관에 따라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한미동포재단에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하기환한인회장등이 지난해 사업계획을 확정할 때는 아무런 말이 없다가 뒤늦게 시비걸고 나서는 것은 윤병욱 재단이사장의 표현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감투를 내가 차지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쓰게되면 딴지부터 걸고보는 고질적 병폐는 언제쯤이나 한인사회에서 없어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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