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불’ 아니다
2001-02-23 (금)
LA 한인들 주력업종이 리커 마켓과 의류라면 뉴욕의 한인들의 주업종은 청과상이다. 한인 소유 업소만 3,000개가 넘는 것으로 돼 있다. 전체 업소의 70%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이 고용하는 종업원만 1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뉴욕의 한인 상인 대부분이 수년째 하루 하루를 마음 편하게 보내지 못하고 있다. 노사분규 때문이다. 의류 산업체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169 노조 지부원들이 한인 소유 가게 에 몰려와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최저임금 및 오버타임 지불과 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해 노조를 결성하겠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한인사회 고질병이었던 노사분규가 지난 주 뉴욕타임스가 상세히 보도하면서 미 주류사회에서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인 업주들은 노조 대표들과 대화도 해보고 LA에서 노동운동을 조직적으로 해온 노사 문제 전문가를 초빙해 세미나도 갖는등 대응책을 마련중에는 있으나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답답한 심정이다.
법이 정한대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라는 노조측 주장은 근본적으로 옳다. 문제는 많은 영세업체가 그렇게 해서는 이익이 남지 않는다는데 있다. 한 한인업주는 “제대로 오버타임을 주고 페이롤 택스에 상해보험료까지 내고 나면 장사를 할 수 없다”며 “멋모르고 이 업종에 뛰어 들었다가 최근 실상을 알고는 그만 두는 한인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과상 협회 한인회원수는 2년째 감소일로를 걷고 있어 이대로 가면 한때 뉴욕 청과업계를 주름잡았던 한인상권이 무너질 위험마저 있다.
뉴욕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사분규는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이 아니다. LA에서도 한-히스패닉 관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청과상은 별로 없지만 봉제, 마켓, 식당, 의류등 한인 운영 비즈니스 종업원의 대부분이 히스패닉인 것은 사정이 마찬가지다. 한흑 관계는 4·29때 한번 경험해서 양 커뮤니티 지도자들끼리 모임도 갖고 상당히 조심하는 편이지만 히스패닉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하다. 아직도 히스패닉 종업원을 부를 때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하고 반말이나 욕을 하는 한인들이 없지 않다. 겉으로는 모르는 척 하지만 억양이나 분위기로 자기가 어떤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은 히스패닉도 다 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비즈니스 하는 한인들의 최대 과제는 히스패닉과의 관계 개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업원뿐만 아니라 고객으로서도 히스패닉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인구가 줄고 있는 흑인과는 대조적으로 히스패닉 인구는 향후 50년간 증가일로를 걸을 것이 확실시된다. 지금부터라도 종업원을 인간적으로 존중하고 법규를 지키며 히스패닉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다지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