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나깨나 간첩조심

2001-02-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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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브라이언 젠킨스 (LA타임스 기고)

비밀이 있는 곳에 스파이가 꼬이게 마련이다. 우리편에 도움을 준 스파이는 정보원이지만 우리편 기밀을 빼간 스파이는 간첩이다. FBI 고위직원이 러시아를 위한 간첩혐의로 체포됐다. 팬암 103기 폭파사건 재판에서 유죄평결을 이끌어내는데는 우리측이 심어놓은 정보원의 도움이 컸다.

이스라엘 정보망을 도운 마크 리치를 사면해 주도록 에후드 바락 이스라엘 총리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에 미국기밀을 누설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조나던 폴라드의 사면에도 바락 총리의 입김이 있었다.

냉전시대의 종식 이후 첩보전은 보다 은밀해졌다. 과거 미국의 첩보전 대상은 소련이었으나 지금은 보다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대량 살상무기를 제조하는 나라, 테러리스트, 국제 범죄조직, 마약조직, 산업스파이, 사이버 테러리스트, 사이버 스파이 등등.


이같은 위협에 대처하는 수단으로 정보원만큼 효율적인 것은 없다. 아무리 정교한 위성, 전자 첩보장치나 아무리 뛰어난 해커라 해도 우리에게 필요한 첩보를 수집하는데는 잘 심어놓은 정보원 만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면 왜 스파이가 되는가. 주로 개인적인 동기에서고 돈이 모티브가 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파이들이 받는 돈은 한심할 정도로 얼마 되지 않는다. 20일 체포된 로버트 필립 핸슨이 15년간 고급 기밀을 전해주고 받은 돈은 140만달러에 불과했다. 복수를 위해 스파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종전에는 이념이 작용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스파이는 배반자다. 90%가 훔친 비밀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인사이더다. 제임스 본드 영화의 하이텍 장비는 불필요하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를 배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점점 희박해져 가고 있는 추세와 더불어 자기가 몸담고 있는 회사를 배반하는 산업 스파이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스파이 행위는 적발되지 않은 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 국가든 기업이든 기밀 유지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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