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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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의 독백

2001-02-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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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론 윤<간호사>

꽤 오래된 느낌이 들지만 ‘모래시계’라는 연속극이 대히트한 적이 있었다. 미국 와서 딱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본 비디오가 ‘모래시계’였는데 한번은 밤 9시부터 시작하여 아침 9시까지 본 기억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무엇에 홀렸는지 하여튼 재미있었고 마음에 들었고 시원시원했고 대리만족을 채워주는 데는 일품이었다고 기억된다.

그런데 근간에 한국에서 교회를 잘 성장시킨 K목사의 설교 테입 8개를 초저녁부터 새벽 5시까지 끝을 낼 때까지 돋고선 다음날 후회 아닌 성급함을 자책하기도 했다. 차를 타고 왔다갔다하면서 며칠을 걸려서 들어도 될 것을, 전깃불 켜놓고 밤잠 안 자면서 들은 이유가 무엇인가 말이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유명한 목사가 실천해 준 것도 있고 확인도 해주는 대목이 테입을 한 개씩 들을 때마다 한두 가지가 있었으니 내 딴엔 신이 났던 모양이다.


’모래시계’ 드라마처럼, K목사의 설교처럼 가끔씩은 "그래. 그렇지 좋아. 마음에 들어" 하면서 중얼거리다보면 내 자신이 꼭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착각할 때가 있다.

60을 내일모래로 바라보고 있는데 젊은 층이 선호하는 2도어 미국 중형차를 앤틱처럼 운전하고 다니질 않나, 중요한 안건의 회의가 있을 때 옳은 것이라고 판단이 되면 남자들보다 2배로 소리를 높이지 않나. 격에 맞지도 않게 골프라는 매체를 통하여 황새님들과 어울리질 않나. 아무리 뜯어봐도 별수 없는 뱁새인데 말이다. 뱁새이기에 모래시계 같은 세상을 탐하고 K목사 설교에 "아멘"도 해보면서 황새처럼 목을 길게 빼 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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