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들 자녀 다루는 태도 바꿔야

2001-02-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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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과거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의 매’라는 단어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한때는 남녀를 불문하고 중고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초등학교에서까지 학생들이 잘못하면 선생이 매를 드는 것이 당연시돼왔다. 가정에서도 부모가 자식에게 회초리를 치는 것이나 형이 동생을 쥐어박는 일은 훈육을 위해 필요한 일로 여겨져 시비를 거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해 보였다.

미국에 건너와 사는 한인들이 겪는 문화 차이중 두드러진 것의 하나가 폭행에 관한 태도다. 한국에서는 친근감의 표시로 어깨를 툭툭 치거나 홧김에 주먹이 한번 나가는 정도는 사회 통념상 그냥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본인의 허락 없이 상대방 손에 몸을 대는 것은 모두 폭행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한인 가정에서 부모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 버릇을 가르치겠다는 생각으로 손을 댔다가 자녀가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해 곤욕을 치른 집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것이 관계자들 이야기다.

작년 한해 동안 LA 카운티 아동국에 보고된 한인 아동학대 건수가 289건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달 평균 20건이 넘는다. 미국 가정에서는 양육 소홀이나 성추행 케이스가 많은데 유독 한인 가정은 폭행이 많은 것도 자녀를 때리는데 대한 문화적 시각차 탓이다. 부모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모르지만 자녀나 정부 당국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죄질이 심한 경우 감옥에 가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를 빼앗겨 마음대로 만나 볼 수 없게 되는 경우까지 있다.


신체적 정신적 폭행이나 학대를 당하고 자란 아이는 커서 자신도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가 되기 쉽다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이 인격적으로 남을 대할리 없다. 지금 그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아동학대의 악순환은 대를 물고 이어진다. 체벌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자녀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감정이 섞인 상태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금물이다. 요즘은 한국에서조차 어린 학생들에 대한 체벌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아동 학대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봉사단체나 교회도 계몽에 앞장서야겠지만 결국은 부모 자신이 해결해야할 문제다. 손이 나가기 전 이것이 과연 자녀의 장래를 위해 최선의 길인지 자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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